스포츠조선

만수의 헤인즈 봉쇄법 비밀, 보이지 않는 골밑함정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3-04-15 06:47


모비스의 헤인즈 봉쇄법이 통했다. 챔프 1, 2차전 모비스는 도대체 어떤 수비 전술을 썼을까. 세밀한 간격조정과 호흡, 그리고 숙련도가 가미된 모비스의 디펜스였다. 2차전 헤인즈와 문태영의 경기장면.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챔프 1, 2차전에 나타난 모비스의 독특한 디펜스. 골밑 2m 지점에 보이지 않는 암기를 설치, 다가오는 순간 상대를 파괴시켜버리는 듯한 느낌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챔프전에서 선보인 '헤인즈 봉쇄법'의 핵심이다.

전제로 깔아야 할 사실은 그 실체를 100% 알 수는 없다는 점이다. 뛰는 선수와 지휘하는 코칭스태프를 빼고는. 약 10㎝의 간격 차이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좌우되는 세밀한 디펜스. 너무나 복잡하고 순간순간 변화하는 부분이 많아 외부에서 그 비밀을 다 알기는 쉽지 않다. 챔프전 직전 유 감독에게 '챔프전에서 새롭게 펼칠 헤인즈 수비방법'에 대해 물어봤지만, "몇 가지 방법이 있다"라는 짤막한 대답만을 들었을 뿐이다.

뚜껑이 열렸다. 100%는 아니지만 그 윤곽은 드러났다. 확실히 위력적이었다. 유 감독은 어떻게 헤인즈를 봉쇄했을까. 그 실체는 무엇일까.

1단계 헤인즈 괴롭히기

일단 헤인즈 봉쇄법에 대해 얘기하기 전 매치업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SK가 헤인즈와 김민수 그리고 최부경을 함께 쓸 때, 헤인즈의 매치업 상대는 외국인 센터(라틀리프 혹은 벤슨)다. 반면 김민수와 최부경 중 한 명이 빠질 때는 문태영이 맡는다. 유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골밑을 어느 정도 사수하기 위해서 외국인 선수가 최부경을 마크해야 한다"고 했다.

4강전을 돌려보자. 모비스는 문태영이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을 성공적으로 수비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마치 챔프전에서 쓸 수비작전의 완성도를 높히기 위해 문태영을 포웰의 매치업으로 붙인 느낌"이라고했다. 그러면서 "정규리그에서 문태영에게 헤인즈를 일부러 마크시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정규리그 막판 '유재학 감독이 챔프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전술이 있다'는 얘기와 일맥상통한 부분. 그런데 문태영과 헤인즈의 1대1 마크는 일부였을 뿐이었다.

일단 모비스는 기본적으로 철저하게 헤인즈가 잘하는 것을 방해했다. 헤인즈가 가장 선호하는 공격위치는 3점슛 라인 한발짝 앞 좌우 45도 지점이다. 여기에서 공을 잡으면 적중률이 매우 높아진다.

정확한 미드레인지 슛을 꽂아넣을 수도 있고, 상대가 붙으면 매치업 상대보다 뛰어난 순발력을 이용해 골밑돌파를 할 수도 있다. 뛰어난 농구센스를 갖췄기 때문에 슛 페이크 이후 자유투를 얻는 능력도 최상급이다. 그런데 일단 모비스는 헤인즈에게 이 지점에서 편안하게 슛을 쏠 찬스를 거의 주지 않았다. 헤인즈 봉쇄법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그 증거는 1, 2차전을 통해 실패한 모비스 수비에서 찾을 수 있다. 1차전 경기종료 4분43초의 장면에서 알 수 있다. 당시 헤인즈의 매치업은 벤슨.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공을 잡았고, 벤슨은 비교적 자유롭게 놔뒀다. 그러자 곧바로 헤인즈는 쉽게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유 감독은 곧바로 작전타임을 요청했고, 벤슨에게 느슨한 수비에 대해 지적했다. 그러자 다음 수비에서 헤인즈가 왼쪽 45도 지점에서 공을 잡았다. 벤슨은 좀 더 간격을 좁혀 적극적인 수비를 펼쳤고, 그 틈을 헤인즈가 이용해 골밑돌파를 했지만 실패했다.

두번째 증거는 2차전 2쿼터 시작 직후였다. 왼쪽 45도 지점에서 헤인즈가 볼을 잡았고, 역시 벤슨이 느슨하게 대처했다. 헤인즈가 슛 페이크를 쓰자, 벤슨은 블록슛을 위해 점프하며 파울을 범했다. 결국 헤인즈는 자유투 2개를 쉽게 얻었다. 그러자 벤치의 유 감독은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감쌌다. 벤슨 역시 그 실수를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위협, 숨겨진 골밑 함정

일단 헤인즈가 어떤 지점에서 공을 잡느냐에 따라 모비스는 수비 간격이 달랐다.

좌우 45도 지점에서 헤인즈가 공을 잡으면 문태영은 항상 밀착마크를 했다. 그리고 기습적인 도움수비를 가는 경우가 많았다. 벤슨이나 라틀리프가 수비를 할 때도 정규리그 때의 간격보다 좀 더 좁혀서 섰다. 헤인즈가 잘하는 플레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미. 그러나 3점슛 라인근처에서 잡으면 약간 느슨하게 수비했다. 헤인즈의 3점슛은 별다른 충격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여기까지는 예상가능한 수비방법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헤인즈가 양쪽 사이드라인 근처나 정면에서 공을 잡았을 때다. 이 때 문태영은 골밑돌파의 길을 일부러 열어줬다.

예를 들어 사이드라인에서 공을 잡으면 베이스라인 쪽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동시에 뒤에 있는 벤슨과 라틀리프는 자신의 마크맨을 맡는 대신 신중하게 간격조정을 했다. 헤인즈가 골밑돌파 길목의 골밑 2m 지점에 트랩을 파둔 것이다. 언제든지 도움수비를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때문에 대인방어를 펼치는 모비스의 수비진은 헤인즈가 공을 잡을 때 순간적으로 2-3나, 3-2지역방어의 형태를 띄다가 다시 대인방어로 변화하는 모습을 1, 2차전에서 수차례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수비방법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일단 도움수비를 가게 될 경우 외곽에 찬스가 생긴다. 그런데 모비스의 수비는 매우 탄탄하다. 특히 도움수비에 의한 로테이션은 최상급이다. 모비스 자체에 여러가지 로테이션 수비가 있는데, 상황에 따른 효율적인 로테이션 수비방법을 잘 알고 있고, 완성도 역시 높다. 결국 SK는 헤인즈의 도움수비를 역이용한 빠른 패스워크에 의한 외곽슛 찬스를 노렸지만 효율성은 극히 떨어졌다.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골밑 2m 지점에 트랩을 파두는 것도 많은 위험부담이 있다. 당연히 헤인즈 골밑 반대편 사이드는 상대적으로 공간이 많이 생긴다. 김민수나 최부경 혹은 김선형 등이 날카로운 컷인 플레이(볼이 없는 상황에서 골밑을 파고 들어 패스를 받아 슛을 쏘는 플레이)를 하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비스는 그런 골밑의 빈 공간을 최소화시켰다. 정규리그 막판 모비스의 수비훈련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구한 것 같다.

결국 SK는 모비스 수비의 자그마한 빈틈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한 프로농구 사령탑은 "올 시즌 헤인즈는 가장 뛰어난 외국인 선수다. 그래도 약점으로 꼽으라면 패스능력이다. 외곽의 오픈찬스는 잘 보지만, 자신이 공격함과 동시에 팀동료의 움직임을 읽는 패스능력은 떨어진다"고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사실 헤인즈는 그동안 SK의 해결사였다. 하지만 헤인즈와 김민수, 그리고 최부경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플레이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결국 이런 세부적인 약점을 건드린 수비방법을 택한 것 같다. 결국 1, 2차전을 통해 헤인즈는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골밑 2m 지점에 항상 보이지 않는 트랩 디펜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넘어서지 못했다.

골밑돌파 후 비어있는 김민수 최부경에게 패스를 했지만, 성공률이 극히 떨어졌다. 헤인즈가 1, 2차전에서 많은 패스미스를 한 이유다. 모비스의 절묘한 트랩 디펜스와 간격조정때문에 골밑의 패스할 공간은 극히 좁았다. 하지만 헤인즈의 패스능력은 그런 모비스의 유기적인 수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런데 이 수비는 헤인즈에만 국한해 쓰지 않았다. 순간순간 심스나 국내선수의 골밑돌파 때도 사용했다. SK의 개인 테크닉이 모비스의 수비력에 무력화된 가장 큰 이유다. 물론 헤인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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