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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확실히 깨지도, 허물어지지도 않았던 SK 드롭존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3-04-13 23:57 | 최종수정 2013-04-14 06:31


모비스와 SK의 챔프전에서 여전히 가장 큰 변수는 SK의 3-2 드롭존이다. 그러나 모비스에게도 SK에게도 딜레마가 있다. SK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헤인즈의 체력이다. 정규리그 경기장면.
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내가 현역이었다면 SK 드롭존은 10초면 깬다"고 했다.

항상 신중했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2일 프로농구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SK 문경은 감독도 "유 감독님이면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끝난 인터뷰. 대기실에서 '매우 강한 발언같다'고 하자, 그는 "사실이니까"라고 짧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가 뛸 수 없는 상황이고. 우리 선수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는 천재가드였다. 타고난 패스능력과 좋은 슈팅, 그리고 절묘한 테크닉을 갖춘 돌파까지 갖춘 당대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다. 강동희-이상민-김승현-김태술 등 포인트가드 계보에 맏형과 같았다. 순수한 포인트가드의 능력치로만 계산하면 그가 가장 좋았다. 삼성 이상민 코치의 현역시절에도 유 감독은 "좋은 가드지만, 한쪽밖에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챔프전 뚜껑이 열렸다. 1차전은 모비스가 잡았다. 하지만 SK 드롭존은 어떻게 됐을까. 모비스는 확실히 깨지 못했다. 그렇다고 SK가 승부처에서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이유가 있다.

SK 드롭존의 강점과 약점

다시 한번 살펴보자. 드롭존은 앞선에 3명, 뒷선에 2명을 배치하는 3-2 지역방어의 변형. 애런 헤인즈(2m1)가 앞선 중앙에 배치된다. 통상 3-2 지역방어는 앞선에 가드를 배치한다는 점이 다르다. 동부 역시 지난 시즌 3-2 드롭존을 쓰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앞선 중앙에는 김주성을 배치했다.

골밑이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헤인즈가 그 타이밍에 골밑으로 떨어져(drop) 도움수비를 준다. 전체적으로 한국프로농구 가드진의 패스능력이 떨어진 부분을 이용한 변형전술이다.

10초 발언 이후 유 감독은 "내가 너무 단언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KGC 김태술이 (SK 드롭존을 깨는 경기력을) 이미 보여줬다"고 했다. 그만큼 약점이 많은 전술이다.


하지만 SK는 정규리그에서 3-2 드롭존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문경은 감독이 시즌 전 준비를 잘한 부분이다. SK는 김민수와 박상오 등의 대인마크 능력은 떨어진다. 항상 공격보다 수비가 문제인 팀이었다. SK는 시즌 전 3-2 드롭존의 틀을 잡고 많은 연습을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수비에 많은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효율적인 디펜스를 펼쳤다. 수비자 3초룰 폐지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 동부의 드롭존은 완성도가 더 높았다. 수비자 3초룰이 있었지만, 이 부분을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드롭존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SK의 드롭존은 펼치기 더 쉬운 조건이었다.

하지만 약점이 많은 전술이었다. KGC와 모비스, 그리고 오리온스가 제대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패스가 골밑에 들어가면 쉽게 찬스가 난다. 현역 최고의 패스 테크닉을 지닌 김태술이 그런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유 감독이 지적한 부분.

또 형태에 따라서 중앙에서 외곽 찬스가 날 수 있다. 헤인즈가 골밑의 도움수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태풍은 KGC와의 경기에서 유독 정면 중앙에서 3점포를 많이 터뜨렸다. 3-2 드롭존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모비스의 경우에는 좌우 45도 지점의 외곽포와 함께, 양측 사이드라인 미드 레인지 지점에 문태영에게 많은 찬스가 났다.

여기에 SK 전술의 핵심인 헤인즈의 체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외곽과 골밑을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특히 챔프전은 1, 2차전과 3, 4차전이 연전이다. 당연히 드롭존을 구사하면 헤인즈의 체력부담이 극에 달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드롭존 자체의 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1차전 모비스의 불완전한 대처

1차전을 보자. 모비스는 경기 초반 SK의 드롭존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충전이 돼 있는 상황.

여기에서 모비스의 상황을 살펴보자. 경기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문 감독은 "드롭존을 강화할 것이다. 골밑에 패스가 투입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경기 초반 이 부분이 제대로 먹혔다.

정규리그에서 드롭존이 통했던 것은 나날이 테크닉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프로농구의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걸출한 패스워크를 지닌 포인트가드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이 깰 수 있는 방법을 수없이 지적했지만, 정규리그에서 깰 수 없었던 이유다.

모비스도 그런 문제가 있다. 모비스의 가드 중 드롭존을 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가드는 김시래다. 패스능력은 양동근보다 낫다. 양동근은 강한 수비와 좋은 공격력을 지닌 현역 최고의 포인트가드지만, 패스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SK는 1가드-4포워드 시스템으로 나선다. 모비스는 4강에서 위력을 떨쳤던 김시래-양동근 카드를 자유자재로 쓸 수 없다. 외곽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SK의 드롭존은 챔프전에서 안에서부터 깨야 한다"고 했다. 골밑으로 패스를 투입한 뒤, 함지훈과 두 외국인 선수가 외곽으로 패스해 3-2 드롭존의 약점을 없앤다는 복안. 하지만 모비스에는 전문슈터도 박종천 외에는 없다. 박구영이 있지만, 수비약점으로 인해 챔프전에서 쉽게 쓸 수 없는 카드다. 박종천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즉 내-외곽이 모두 협응해야 드롭존을 깰 수 있는데, 모비스의 성공 가능성은 100%가 아니다.

경기 초반 이런 부분들이 일어났다. 모비스의 패스는 밖에서 겉돌았고, 결국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후반은 달랐다. SK 선수들의 움직임이 약간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골밑에 투입되는 패스의 빈도가 늘어났고, 외곽에 쉽게쉽게 찬스가 났다. 즉 불완전했던 SK의 드롭존은 후반 더욱 불완전한 카드로 변했다.

결국 승부처에서 SK는 드롭존을 쓸 수 없었다. 여전히 모비스의 골밑 공격력은 좋은 편이다. 김민수나 박상오에게 1대1 골밑수비를 맡길 수는 없다. 헤인즈 역시 파워의 차이가 있다. SK로서는 드롭존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앞으로도 SK의 드롭존은 여전히 챔프전 승부를 가를 가장 주요한 변수 중 하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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