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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양동근과 함지훈은 "나만 잘하면 된다"고 했을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3-04-09 22:52 | 최종수정 2013-04-10 06:54


안양 KGC와 울산 모비스의 지난달 17일 경기.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모비스의 핵심은 양동근과 함지훈이다. 양동근은 모비스 조직력을 대표하는 선수다.

탄탄한 공격력과 질식수비는 상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준다. 수비자 3초룰 폐지로 올 시즌 위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함지훈은 여전히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빅맨이다.

뛰어난 골밑 공격력 뿐만 아니라 포인트가드 이상의 패스능력을 지녀 막기가 쉽지 않은 선수다.

모비스는 전자랜드를 4강에서 3전 전승으로 눌렀다. 평균 20점 차의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3차전이 끝난 뒤 두 선수에게 챔프전 전망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나란히 "나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사실 둘은 매우 겸손하다. 그 바탕에서 나온 얘기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항상 두 선수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양동근에 대해서는 "여전히 게임리드가 부족하다"고 하고, 함지훈에 대해서는 "외곽포를 적극적으로 쏴야 한다"고 했다 4강에서는 "3차전에서 함지훈의 패스타이밍이 늦어 고전했다"고 했다.

사실 이런 쓴소리는 사령탑과 선수간의 확실한 신뢰가 없으면 쉽지 않다. 사령탑의 확실한 전술 전략과 함께 선수가 받아들일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두 선수는 현재 자신의 기량에 만족하지 않고 채찍질을 한다. 모비스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강점이기도 하다.

실제 두 선수의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말은 챔프전의 승부를 가를 수 있는 가장 큰 변수이기도 하다.

전자랜드는 SK와 다르다. 모비스가 전자랜드를 압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이였다. 여기에 현란한 유 감독의 전략, 전술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측면이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로드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골밑을 확실히 장악했다. 전자랜드로서는 시즌 막판 부상을 입은 주태수와 이현호의 컨디션이 끝내 올라오지 않은 측면이 뼈아팠다.

그리고 문태영과 김시래의 전략적인 움직임이 통했다. 좋은 패싱센스를 가지고 있는 김시래는 자신의 공격 뿐만 아니라 골밑의 찬스를 제대로 파악하며 강한 골밑을 활용했다.

문태영 역시 빠른 패스워크로 흐트러진 전자랜드의 수비진의 세부적인 약점을 틈타 적극적인 골밑돌파로 확률높은 공격을 펼쳤다. 공격의 팀공헌도가 매우 높았다.

수비에서도 리카르도 포웰을 잘 막았다. 좋았던 부분은 센터진과의 수비분담을 제대로 했다는 점이다.

외곽에서 적극적인 마크를 했고, 돌파를 당하더라도 골밑의 라틀리프와 벤슨이 포웰의 골밑돌파를 커버할 수 있는 루트를 제공했다. 결국 포웰은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전자랜드의 공격은 딜레마에 빠졌다.

하지만 SK전은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SK는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이다. 골밑의 미스매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라틀리프나 벤슨에게 미스매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수비자 3초룰 폐지로 항상 도움수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함지훈이나 문태영을 1대1로 막을 카드는 충분히 있다. 최부경과 김민수 박상오 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전히 SK는 3-2 드롭존을 버리지 않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이 부분에서 "충분히 깰 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김시래와 양동근의 외곽포가 터져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서 양동근의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전자랜드전에서 양동근은 너무나 강력했던 수비로 전자랜드의 외곽을 제대로 막았다. 많은 스틸을 속공으로 연결했다.

챔프전에서는 김선형의 마크 뿐만 아니라 김시래와 더블가드를 선다면 상대 2번 수비를 해야 한다. 여기에 SK의 지역방어를 깨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외곽포도 가동해야 한다.

함지훈 역시 역할이 더 많아진다. 확실히 모비스의 센터진을 막기 위한 SK의 방법은 도움수비밖에 없다.

그렇다면 함지훈이 도움수비가 올 때 하이-로 플레이(파워포워드가 자유투라인 부근 하이 포스트에 서고, 센터가 골밑 근처 로 포스트에 서서 공략하는 방법)의 효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4강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문태영과의 더욱 효과적인 공간활용이 필요하다. 유 감독은 "문태영이 안에 있을 때 함지훈이 밖에, 또는 그 반대상황이 더욱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양동근과 함지훈은 4강에서 여전히 잘했다. 그런데 "나만 잘하면 된다"고 했다. 워낙 중요한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 챔프전에서는 자신들의 역할이 더욱 많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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