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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 전승. 4강 플레이오프 평균 득점 88.3. 평균 20점차의 압도적인 경기력.
많은 비판이 나오자, 모비스 양동근은 "확실히 문제점이 있다. 우리가 '판타스틱 4'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스틱이 부러졌다"고 씁쓸한 농담을 할 정도였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도 고민이 많았다. 두 가지였다. 외국인 선수 라틀리프와 함지훈, 문태영의 조합이었다. '만수'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전술의 마스터인 그도 "확실히 문제점이 있다.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겠지만, 시즌 끝까지 풀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너무나 복잡했던 문태영 방정식
시즌 초반 라틀리프 딜레마와 함지훈-문태영 조합의 딜레마는 궤를 같이 한다. 일단 라틀리트는 우직한 외국인 센터다. 잔기술은 없지만, 파워가 좋다. 리바운드도 뛰어나다. 한마디로 골밑 장악력이 있다. 그러나 테크닉은 많이 부족하다. 특히 시즌 초반 국내선수의 치열한 몸싸움에 견디지 못하며 골밑 공격에 대한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다. 전자랜드는 이를 이용, 주태수가 효율적으로 막았다. 전자랜드가 정규리그에서 모비스의 천적으로 불렸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수비자 3초룰의 폐지'로 함지훈의 효용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국내 포스트 업 공격의 1인자였지만, 올 시즌 골밑의 도움수비는 '애니콜'이었다. 문태영은 내외곽의 공격이 모두 뛰어난 전천후였다. 그런데 볼없을 때의 움직임은 좋지 않다. 게다가 3점슛보다는 골밑돌파나 미드레인지 점퍼를 선호했다. 함지훈과 동선이 겹쳤다. 여기에 라틀리프까지 겹쳐지면서 모비스의 공간활용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이같은 부작용에 대해 유 감독은 알고 있었다. 대비책으로 문태영에게 철저한 캐치 앤 슛(드리블 대신 빈 공간을 찾아다니며 패스를 받아 중거리슛을 넣는 것)을 강조했다. 함지훈에게도 적극적인 외곽포를 주문했다. 하지만 여전히 동선은 겹쳤다. 시즌 초반 모비스가 고전한 가장 큰 이유다. 수비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문태영의 수비력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공격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모비스 특유의 끈끈한 수비력도 위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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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할분담만으로 팀의 딜레마를 해결할 순 없다. 아무리 잘 짜여진 패턴이라고 하더라도 순간의 손발이 맞지 않으면 미묘한 차이로 인해 허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모비스는 함지훈과 양동근을 제외하곤 주전이 모두 새 얼굴이다. 때문에 유 감독은 정규리그 중간부터 '함지훈-문태영의 방정식'을 푸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둘 만의 움직임으로 이런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선수들의 세밀한 공수 위치와 정교한 패턴, 그리고 반복훈련이 결합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시즌 중반부터 모비스는 실전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했다. 점점 효율적인 움직임들을 찾기 시작했다. 유 감독은 "(함지훈과 문태영의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리딩을 하는 가드들의 움직임이 중요했다. 특히 김시래의 리딩이 중요했는데, 시즌 중반부터 김시래의 움직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런데 악재가 생겼다. 함지훈이 허벅지 근육통으로 결장했다. 손발을 맞추기에도 바쁜 상황이었는데, 그 핵심이 벤치를 지키게 됐다. 하지만 모비스로서는 전화위복이었다. 유 감독은 "문태영을 중심으로 플레이하면서, 그가 잘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다. 그리고 공간활용에 대한 부분도 해결책이 보였다"고 했다. 예를 들면 4강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던 문태영의 골밑돌파다. 수비가 갖춰진 상태에서 문태영의 돌파는 막힐 가능성이 높지만, 수비를 흔들어놓은 상황에서는 성공률이 매우 높은 모습. 결국 함지훈은 정규리그 막판 돌아왔고, 별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아직도 완성형은 아니다
함지훈의 공백으로 유 감독은 더 많은 카드를 쥐게 됐다. 함지훈이 없는 상황에서 전력을 유지하는 방법이 생겼다. 그리고 문태영에 대한 효율적인 공간활용에 대해 해법이 생기면서, 함지훈과 공존할 수 있는 더 많은 패턴을 가지게 됐다. 4강에서 함지훈을 과감하게 스타팅에서 제외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그가 가세했을 때 문태영이 내외곽에서 자유자재로 공격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힘은 로드 벤슨의 가세였다. 그는 테크닉이 뛰어나다. 라틀리프는 1대1 수비가 괜찮지만, 팀 디펜스는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벤슨은 그런 약점을 제대로 메워줄 수 있는 카드다.
4강 승부처에서 모비스는 벤슨을 투입, 수비력을 강화하며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았다. 강한 수비는 결국 강력한 속공으로 연결됐다.
앞서 말했듯 문태영은 수비가 그리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벤슨이 가세하면서 팀 디펜스 자체가 끈적끈적해졌고, 문태영이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고 리바운드와 속공, 그리고 개인공격에 매진할 수 있는 좋은 사이클로 이어졌다.
문태영이 내외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당연히 모비스의 골밑공간이 넓어졌다. 당연히 함지훈이 활동할 수 있는 스페이스도 넓어졌다. 모비스의 공간활용도가 4강에서 좋아진 이유. 결국 모비스가 변화무쌍한 공격력을 얻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유 감독은 불만이다. 4강 3차전이 끝난 뒤 "함지훈과 문태영이 골밑에서 겹치지 않는 플레이는 괜찮다. 하지만 3차전에서 골밑의 함지훈에게 공이 투입될 경우 패스타이밍이 느렸다"고 했다. 풀릴 것 같지 않았던 문태영과 함지훈의 공생방정식. 결국 4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만수'는 확실한 해답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은 모습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