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숨겨진 부상투혼' KGC 김성철의 아름다운 퇴장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3-30 22:22 | 최종수정 2013-03-31 07:28


2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동료에게 패스를 건네주고 있는 김성철. 사진제공=KBL

KGC의 극적인 4강행. 그 뒤에는 은퇴를 앞둔 베테랑 선수의 감동적인 투혼이 숨어있었다.

주인공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은퇴를 선언한 슈터 김성철이다. 김성철은 플레이오프를 뛴 후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다음 시즌 개막전에서 은퇴식을 치르며 코치로 데뷔할 계획이다.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극적으로 진출했다. 때문에 선수생명이 더욱 연장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성철 본인은 일찌감치 시즌을 접을 처지에 놓였다.

사연은 이렇다. KGC는 이번 시즌 내내 '부상병동'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시즌 개막 전, 팀의 주축인 오세근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가운데 김일두 김민욱 차민석 등이 줄줄이 큰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악재를 만났다.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 등 주전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을 달았다. 김성철도 마찬가지였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정규리그 대부분의 경기를 결장했다.

김성철은 유종의 미를 위해 몸을 만들었다. 특히, 플레이오프와 같이 큰 경기에서는 김성철과 같은 베테랑의 경험이 필요했다. 재활을 마친 김성철은 정규리그 막판 출전, 경기 감각을 조율하며 플레이오프에 대비했다.

빛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가용인원이 부족한 KGC 사정상 양희종의 백업으로라도 코트에 나서주는 김성철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문제는, 일찍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리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린 것. 26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3차전에서 탈이 나고 말았다. 허리를 삐끗했다. 경기 중에는 통증을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경기 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큰 고통이 찾아왔다.

24일 열린 4차전에서 도저히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성철은 코트에 나섰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뛸 선수가 없었다. 김태술이 2차전에서 발목을 다친 데 이어 이정현까지 3차전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다. 팀은 3차전 승리를 내주며 상대에게 반격을 허용했다. 김성철은 "발목을 다친 후배들이 4차전을 앞두고 뛰겠다며 발목에 테이핑을 하고 있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양희종의 백업으로 9분32초를 뛰었다. 공식 기록은 슈팅 1개. 성공시키지 못했다. 경기에서도 졌다. 하지만 이런 고참의 투혼이 발판이 돼 KGC는 5차전에서 기어코 승리를 따냈다.

KGC 이상범 감독은 "사실상 김성철은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없다. 벤치에 앉아있는 것 조차 고통이다"라고 밝혔다. 본인 역시 "열심히 준비를 해보겠다"면서도 "허리가 너무 아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라며 힘겨워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성철은 벤치에서라도 후배들을 위해 뜨거운 응원을 보낼 계획이다. 현재, KGC 선수들의 체력은 거의 방전 상태다. 1일 곧바로 경기를 치른다. 오랜 기간 푹 쉰 SK 선수들을 당해낼 재간이 크게 없어 보인다. 과연, 김성철의 기를 받은 후배들이 KGC 특유의 정신력을 4강전에서도 발휘할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