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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KT와 모비스의 경기가 열리기 1시간 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의 KT 선수단 라커룸.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뒤 선수생활 마지막을 뛰고 있어서일까.
이번 시즌도 어느덧 5라운드로 접어들어 떠나야 할 때가 점차 다가오니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서장훈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신체회복도 느리고, 부상도 자주 당하게 된다. 정말 떠날 때가 된 것 같다"면서 "승패를 떠나 모든 경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창진 KT 감독도 "서장훈이 복귀 이후 너무 많이 뛰느라 힘들 것 같으니 오늘 출전시간을 줄여줘야겠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서장훈은 복귀 첫날인 지난달 31일 모비스전에서 30분, 2일 LG전서 44분(연장경기)을 뛰었다. 거의 풀타임이다.
하지만 코트 안에서의 서장훈은 완전히 달랐다. 코트 밖에서는 측은해 보이는 거인이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국보센터'의 자존심으로 무장한 전사였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달 31일 모비스전에서 12득점(3리바운드)을 올린 그는 2일 LG전에서도 18득점(5리바운드)으로 연패의 팀을 구출했다.
이날 모비스와의 5라운드 리턴매치를 맞이하자 그의 활약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전 감독의 배려대로 25분을 뛰었지만 11득점으로 KT가 초반 리드를 유지하는데 알토란같은 역할을 했다.
3점슛도 3개를 던져 2개를 성공시키는 등 과거의 '슈터 센터' 명성을 재현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 힘들다는 말은 괜히 한 번 해보는 소리처럼 들렸다.
뛰는 순간이 소중하다는 그의 말대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간절함이 플레이로 반영된 것이었다.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서장훈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걸어다니는 기록 제조기답게 이날 한국 프로농구 역사를 또 새롭게 썼다.
1쿼터에 첫 3점슛과 미들슛을 성공한 서장훈은 2쿼터를 시작한 지 49초 만에 2점슛을 추가하자 장내 아나운서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서장훈 살아있네. 정규리그 통산 1만3100득점 기록을 돌파했습니다." 부산 팬들은 함성과 박수로 그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동부전에서 통산 1만3000득점을 달성(1만3009점)한 이후 12경기 만에 100점을 추가한 것이다. 이날 통산 득점을 1만3105점으로 늘린 그의 기록은 당연히 역대 통산 1호다.
그가 득점을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기록이 자꾸 탄생하게 된다. 리바운드도 2개를 추가한 그는 프로 최다 통산 리바운드 5200개의 기록에도 '-3'으로 바짝 다가섰다.
KT는 이날 74대81로 역전패했지만 서장훈이 보여준 투혼과 새로 쓴 역사는 팬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겨지게 됐다.
앞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전자랜드가 연장 접전 끝에 오리온스를 76대72로 꺾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삼성을 78대59로 대파한 KGC는 삼성을 8연패에 빠뜨리는 대신 4연승을 달렸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