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이 날 만을 기다린 것 같았다. 울산 모비스의 2년차 가드 이지원이 31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소속팀 모비스의 86-76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의 첫 경기인 31일 KT전에서 과감히 이지원을 선발로 기용했다. 평소의 모비스라면 김시래-양동근의 투가드나 양동근-천대현의 가드 라인을 선발로 투입했을 테지만 이 날 유재학 감독은 포인트가드에 양동근을, 슈팅가드에 이지원을 주전으로 가동했다.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첫 선발 출장 기회를 잡은 이지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마치 준비는 항상 완벽히 되어 있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무력시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이지원의 이 날 맹활약은 이지원 개인에게도, 그리고 그가 소속된 모비스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
동일 포지션의 최고 레벨의 선수를 상대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이지원은 자신을 선발로 출장시킨 유재학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며 앞으로의 주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자칫 벤치만을 뜨겁게 달구며 2년차 시즌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던 최악의 상황을 스스로의 힘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지원의 맹활약은 이지원 본인뿐만 아니라 소속팀 모비스에게도 굉장히 소중한 것이 사실이다. 모비스는 이번 시즌 풍부한 가드 자원을 보유한 것에 비해 가드 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김시래와 양동근의 투가드를 중심으로 양동근과 천대현, 김시래와 천대현, 그리고 박구영, 노경석까지 여러 다양한 조합을 가동해 봤지만 어떤 조합이든 항상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 날 포인트가드 양동근과 슈팅가드 이지원의 조합은 이번 시즌 모비스가 가동했던 그 어떤 조합보다 긍정적인 시너지를 보였다. 포인트가드로 활약한 양동근은 부담감을 털어내고 특유의 에너지를 발산했으며 이지원은 정교한 야투와 저돌적인 돌파 능력을 선보였다. 이지원의 가세로 인해 모비스의 가드라인은 물론이고 모비스 팀 전체의 밸런스가 더 좋아진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31일 KT전에 앞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선수는 이적생 로드 벤슨이었다. 하지만 이지원은 로드 벤슨의 이적 후 첫 경기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쳐보였다. 만약 그의 활약이 이후에도 꾸준히 지속된다면 모비스 가드진의 경쟁 체제와 그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임이 분명하다. 이지원의 맹활약으로 인해 양동근의 파트너 자리를 고심해 온 유재학 감독의 행복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