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런 가정을 해보자. 프로야구 LG가 4강 경쟁을 하던 중 돌연 리즈나 주키치를 1,2위 팀에 팔았다면? LG 팬들은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구단 입장에서는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LG의 선택에는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리빌딩'이란 단어만 붙이면 현재의 6강 도전 포기 정도는 가볍게 눈 감아도 되는 것일까. LG는 6강 경쟁 팀이다. 공동 5위 KT, 동부에 딱 1게임 차로 뒤진 8위.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다. 정규시즌 종료까지는 아직 19경기나 남아있다. 올시즌 LG는 신선한 돌풍으로 KBL에 활력을 불어넣은 팀. 시즌 전 '토종 선수가 가장 약한 팀'으로 꼽혔지만 보란듯 패기와 오기를 통해 반전의 팀으로 거듭났다. 김 진 감독의 체계적 지도 하에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가며 매서운 팀으로 변모 중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 속에 성장하고 힘들어보였던 6강을 향해 한걸음씩 도전해가는 LG 농구. 그 자체가 팬들에게는 볼거리였다. 그런데 돌연 LG는 스스로 도전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섰다.
비록 최근 장염 등이 겹치며 슬럼프에 빠지며 다소 예민한 플레이로 팀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 적이 있지만 벤슨은 LG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벤슨 없이도 6강에 갈 수 있다는 판단은 당연히 무리다. 비록 세컨 용병 아이라 클라크가 잘 해주고 있지만 장신 골밑 플레이어의 공백은 큰 손실이다. LG는 3점슛의 팀이다. '양궁 농구'라 불릴 만큼 많이 던지고 많이 넣는다. 경기당 평균 7.3개로 1위. 성공률도 34.27%로 상위권이다. 그 많은 3점슛 찬스의 상당 부분이 벤슨에서 파생되는 효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LG 상대 팀 감독들은 "벤슨이 리바운드를 잡아 밖으로 빼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안에서 나오는 패스를 받아 던지는 외곽슛은 성공 확률이 높다"며 벤슨 봉쇄 전략 세우기에 골몰한다. 그만큼 벤슨의 리바운드와 외곽 패스 능력은 위력적이다. 벤슨은 특히 공격 리바운드 능력이 좋다. 슈터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슛을 쏠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LG 외곽 슈터에게 벤슨의 부재는 큰 악재다. 훌륭한 슈터가 되기 위해서는 슛을 자신감 있게 자주 시도해야 한다. 벤슨 효과가 사라진 LG 외곽슈터들이 자칫 성장 지체를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벤슨 영입에 성공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당장 "국내 선수들의 외곽슛이 좋아질 수 있다"며 영입 효과를 기대했다. 모비스에 플러스가 LG에는 고스란히 마이너스다. 김 진 감독은 "순위나 승수보다 '도깨비 팀'이라 불릴 정도로 들쑥날쑥한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벤슨 이탈은 토종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도 마이너스 요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