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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 포기?' LG의 벤슨 트레이드, 문제 없나?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1-29 11:01 | 최종수정 2013-01-29 11:01


2012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창원 LG의 경기가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고양 윌리엄스와 창원 벤슨이 리바운드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고양=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2.12/

2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2012-2013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가 열렸다. 전자랜드 포웰이 모비스 워더스를 제치며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12.26

이런 가정을 해보자. 프로야구 LG가 4강 경쟁을 하던 중 돌연 리즈나 주키치를 1,2위 팀에 팔았다면? LG 팬들은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리빌딩을 명분 삼아 우승권 팀에 에이스 용병을 트레이드하는 행태. 프로농구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꼴찌팀 KCC 심스가 1위 SK로 트레이드 됐다. 심스는 KCC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됐던 외국인선수였다. 2위 모비스도 넋 놓고 있을 수 없다. 리바운드 2위 LG 로드 벤슨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이번 트레이드의 문제는 LG가 엄연히 6강 경쟁 팀이란 사실이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올시즌을 앞둔 프로농구. 전력이 어정쩡할 경우 은근슬쩍 플레이오프 진출을 회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신인 드래프트에 나올 경희대 '빅3'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으로 인해 왜곡된 순위싸움. 설마설마 했다. 기우에 그치길 바랬다. 슬금슬금 눈치 보던 구단들. 그 중 LG가 용감하게 먼저 나섰다. 오늘을 희생해 내일을 샀다. LG는 사실상 6강을 포기한 대가로 당장 경희대 '빅3' 중 한명을 손에 넣을 공산이 커졌다. 모비스로부터 양도받은 '3년 중 한차례 1라운드 신인지명권'을 합쳐 수준급 가드와 토종 빅맨 영입을 시도할 것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LG의 선택에는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리빌딩'이란 단어만 붙이면 현재의 6강 도전 포기 정도는 가볍게 눈 감아도 되는 것일까. LG는 6강 경쟁 팀이다. 공동 5위 KT, 동부에 딱 1게임 차로 뒤진 8위.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다. 정규시즌 종료까지는 아직 19경기나 남아있다. 올시즌 LG는 신선한 돌풍으로 KBL에 활력을 불어넣은 팀. 시즌 전 '토종 선수가 가장 약한 팀'으로 꼽혔지만 보란듯 패기와 오기를 통해 반전의 팀으로 거듭났다. 김 진 감독의 체계적 지도 하에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가며 매서운 팀으로 변모 중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 속에 성장하고 힘들어보였던 6강을 향해 한걸음씩 도전해가는 LG 농구. 그 자체가 팬들에게는 볼거리였다. 그런데 돌연 LG는 스스로 도전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섰다.

비록 최근 장염 등이 겹치며 슬럼프에 빠지며 다소 예민한 플레이로 팀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 적이 있지만 벤슨은 LG에 꼭 필요한 선수였다. 벤슨 없이도 6강에 갈 수 있다는 판단은 당연히 무리다. 비록 세컨 용병 아이라 클라크가 잘 해주고 있지만 장신 골밑 플레이어의 공백은 큰 손실이다. LG는 3점슛의 팀이다. '양궁 농구'라 불릴 만큼 많이 던지고 많이 넣는다. 경기당 평균 7.3개로 1위. 성공률도 34.27%로 상위권이다. 그 많은 3점슛 찬스의 상당 부분이 벤슨에서 파생되는 효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LG 상대 팀 감독들은 "벤슨이 리바운드를 잡아 밖으로 빼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안에서 나오는 패스를 받아 던지는 외곽슛은 성공 확률이 높다"며 벤슨 봉쇄 전략 세우기에 골몰한다. 그만큼 벤슨의 리바운드와 외곽 패스 능력은 위력적이다. 벤슨은 특히 공격 리바운드 능력이 좋다. 슈터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슛을 쏠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래서 LG 외곽 슈터에게 벤슨의 부재는 큰 악재다. 훌륭한 슈터가 되기 위해서는 슛을 자신감 있게 자주 시도해야 한다. 벤슨 효과가 사라진 LG 외곽슈터들이 자칫 성장 지체를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벤슨 영입에 성공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당장 "국내 선수들의 외곽슛이 좋아질 수 있다"며 영입 효과를 기대했다. 모비스에 플러스가 LG에는 고스란히 마이너스다. 김 진 감독은 "순위나 승수보다 '도깨비 팀'이라 불릴 정도로 들쑥날쑥한 선수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벤슨 이탈은 토종 선수들의 실력 향상에도 마이너스 요소다.

오늘을 희생한 대가로 얻게될 내일의 전력. 확률이야 조금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LG가 수년 내 우승을 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어쩌면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6강 달성이란 목표를 합심해 이뤄냈을 때 얻어지는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과 팀워크가 오히려 LG 농구의 미래를 더 빛나게 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6강 확률이 남아있는 현재의 가능성을 미리 포기해버리는 행위는 남은 시즌 코트를 찾을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토록 강조하는 농구의 인기회복. 말보다 실천이 먼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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