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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버팔로 최부경, 자신도 몰랐던 토종 리바운드 1위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2-12-26 17:27


남자농구 SK 루키 최부경이 미국 전지훈련 중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어바인(미국 캘리포니아주)=노주환 기자

SK 빅맨 최부경(23)의 별명은 '버팔로'다. 힘이 좋아 생긴 애칭으로 피지컬 코치(한대식)가 명명했다. 키 2m, 체중 105㎏인 그가 밀고들어오는 힘은 덩치가 산만한 외국인 선수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SK에는 버팔로 말고도 '물소(김우겸)' '황소(박상오)' '수입소(김민수)' 등 또 다른 소 관련 애칭이 있다.

최부경은 건국대 시절 제2의 함지훈으로 불렸다. 모비스의 기둥으로 성장한 함지훈을 닮았다. 최부경은 이번 2012~13시즌 루키다. TV로 봤던 함지훈과 코트에서 맞대결했다. 그는 함지훈의 엄청난 파워와 테크닉에 놀랐다. 강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최부경은 "함지훈 선배 처럼 팀에서 꼭 필요한 선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최부경이 최근 석달 동안 프로무대에서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25일까지 국내 선수 리바운드 부문에서 1위(6.54개)에 올랐다. 그는 자신이 선두인지 몰랐다. 기라성 같은 동부 이승준(6.33개) 모비스 문태영(6.04개) 동부 김주성(5.59개)보다 많이 잡았다. 그는 경기당 평균 9득점, 필드골 정확도는 49.44%였다.

최부경은 대학시절 득점상을 받았다. 건국대 사정상 풀타임을 뛰어야 했고 수비에 득점까지 도맡아야 했다. SK 지명을 받고 처음 연습경기를 할 때도 무리해서 마무리를 하려다 호되게 혼이 났다. 건국대 최부경과 SK 최부경은 역할 자체가 달랐다. 그는 "프로에선 좀더 확률 높은 농구를 원했다"고 말했다. 최부경이 북치고 장구치고 할 필요가 없었다.

최부경은 프로 1년차지만 주전을 꿰찼다. 팀에서 그에게 원한 건 궂은 일이었다. SK는 전형적인 센터 대신 가드 1명에 포워드 4명을 투입하는 '1+4' 시스템을 주로 썼다. 때문에 최부경은 상대 외국인 선수와 잦은 몸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주변에서 버팔로라고 부르는데 가끔은 그걸 연상시키는 플레이를 보여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포워드 출신 전희철 SK 코치가 가르쳐 주는 걸 스펀지 처럼 쪽쪽 빨아드리고 있다. 하지만 최부경은 "아직 제가 가진 것의 50%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최부경은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였다. 1순위는 친구 김시래(모비스)에게 내줬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요즘은 최부경이 신인왕 타이틀에 더욱 근접해 있다. 최부경와 김시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같은 또래로 동시대를 살아 서로를 너무 잘 안다. 가끔씩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최부경은 "최근 시래를 만났는데 너무 열심히 하는 것 아니냐, 좀 살살 하라고 했다"면서 "코트에서 신인왕 생각이 안 나는데 쉴 때는 나도 모르게 신인왕이 의식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농구는 자신에게 너무 재미있는 것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농구를 돈벌기 위해 한다, 이기기 위해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부경은 농구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그는 "같은 팀 헤인저의 플레이는 국내무대 외국인 선수 중 최고다. 다른 팀에서 적으로 만나고 싶지 않다. 다음 시즌에도 같이 뛰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만년 하위권을 맴돌았던 SK는 이번 시즌 19승5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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