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발로 뛰면 효과가 나네요."
그가 밝힌 경기 후 소감은 얼핏들으면 이날 경기 결과에 대한 만족감의 표시로 이해될 수 있다.
삼성이 3연승을 한 것은 2011∼2012시즌이던 지난 1월 이후 처음이었다.
삼성 선수들은 이날 최근 3시즌 동안 가뭄에 콩나듯 했던 3연승에 목말라 죽어라 뛰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잠실실내체육관을 가득 메운 손님(관중)이었다. 이날 잠실실내체육관에는 9104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올시즌부터 잠실실내체육관이 수용규모 9148석으로 개조됐으니 사실상 만원 관중을 기록한 것이다.
당연히 올시즌 들어 10개 구단 가운데 한 경기 최고기록이다. 지난 3월 4일(2011∼2012시즌) KT-LG전에서 사직체육관이 1만1042명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잠실실내체육관에 9000명 이상이 입장한 경우는 지난 시즌에도 2월 11일 삼성-동부전(9798명) 한 차례밖에 없었다.
더구나 삼성의 이날 관중 흥행이 값져 보이는 것은 주변의 열악한 환경을 딛고 달성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삼성-KT전이 열린 같은 시각(오후 2시) 바로 옆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공동 1위를 노리는 SK와 LG의 경기가 벌어졌다. 이들 잠실 동시개최 2경기를 비롯해 안양 KGC-전자랜드전 등 수도권에서만 3경기가 열렸다.
그런가 하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프로축구 정규리그 우승 시상식을 앞두고 있는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빅게임이 같은 오후 2시에 열렸다. 여기에 날씨는 잔뜩 찌푸려서 나들이하기에 별로 좋지 않았다.
어디 그 뿐인가. 올시즌 프로농구의 인기는 자꾸 시들어지는 상황이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제도를 부활하는 바람에 수준이 너무 떨어졌고, 수비자 3초룰 폐지로 득점력이 저하되면서 농구가 재미없어졌다는 인식이 커졌다. 구단들은 체감할 정도로 줄어드는 관중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이처럼 온갖 불리한 상황 속에서 최다 관중을 기록한 것이다. 삼성 구단은 1개월 전부터 준비해온 성과물이었기에 더욱 값지다고 한다.
정 국장은 "농구인기 저하가 예사롭지 않아서 이러다가는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면서 "환경 탓만 하면서 앉아서 기다릴 게 아니라 발로 뛰자는 생각에 1개월 전부터 프런트 회의를 갖고 치밀하게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삼성이 이번 KT전에서 잡은 컨셉트가 '패밀리(가족)'였다. 가정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서로 어우러져 있는 패밀리를 공략하면 이른바 '일타쌍피'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사용할 수 있는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의 단체 동원 응원은 휴일인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신 구단 프런트들은 우선 송파구 주변 학교과 직장으로 달려나갔다. 이곳에서 구단이 외친 것은 'GWP(Great Work Place·종업원들이 자신의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훌륭한 일터)'였다. 농구장에서 'GWP'의 기초를 만들어보자고 설득한 것이다.
당연히 진짜 패밀리도 공략했다. 여기에는 일반 관중을 비롯해 구단 직원과 선수들까지 예외가 아니었다. 구단은 직원과 선수들을 상대로는 지인 초청하기 운동을 펼쳤다. 마치 종교인들이 전도하러 다니듯이 자신의 가족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을 데리고 오라고 독려한 것이다.
일반 관중을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어린이를 연결고리로 삼았다. '선데이 패밀리데이' 이벤트로 스마트폰 가족사진을 보여주는 가족은 인원수에 관계없이 무료 입장을 선언했다. 여기에 어린이 선착순 4000명에게 비타민 등 영양제와 립케어 등 푸짐한 경품을 화끈하게 걸었다.
그랬더니 관중의 발길이 끊이지 않더란다. 그제서야 구단 식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정 국장은 "사실 9000명이 넘을 줄은 기대하지도 못했다"면서 "1개월간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3연승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