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제부터 1위팀이었나?"(우리은행) vs "우리는 통합 6연패 달성한 1위팀이다!"(신한은행)
우리은행이 보여주고 있는 '꼴찌의 반란'은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에 가장 신선한 충격이다. 비록 시즌 중이긴 하지만 이렇다 할 전력보강 없이도 난공불락이라 여겨졌던 신한은행의 아성을 충분히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른 팀들에게도 심어주고 있다.
두 팀의 인연이 남다른 것도 재미를 더한다. 우리은행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여자 프로농구계를 호령했는데, 2007년을 기점으로 이 주도권을 신한은행에 뺏긴 후 지난 시즌까지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 사이 신한은행은 통합 6연패를 기록했다. 여자 농구판 대세의 전환이었던 셈이다.
'신한 DNA'가 몸에 밴 코칭스태프 듀오는 오프시즌에 공수의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치고, 혹독한 체력 훈련을 시키는 동시에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의 승부욕을 재점화시켰다. 주전으로 뛰던 고아라를 FA로 삼성생명에 보내며 오히려 전력누수가 있었음에도, 2008~09시즌 이후 단 한번도 넘지 못했던 정규리그 두자릿수 승수를 시즌 일정이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은 22일 가볍게 달성해 냈다.
우리은행 본점에는 5연승을 달성한 이후 이를 축하하는 현수막까지 나붙었다. 우리은행 농구단 정장훈 사무국장은 "국가적으로나 회사로서나 힘들다는 소식밖에 없는데, 농구단이 연승 행진을 펼치면서 직원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한은행의 '레알 신한'이라는 닉네임에 맞서 FC바르셀로나에서 이름을 딴 '우리셀로나'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어쨌든 우리은행으로선 24일 신한은행전이 연승을 이어가기 위한 최대 고비처이다. 그런데 이 경기에 임하는 양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시즌 초 예상 외의 성적이 나고 있지만 우리가 언제부터 1위팀이었나. 이기면 좋겠지만 져도 그저 한 경기일뿐이다. 신한은행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 것은 없다"고 말했다. 주장 임영희도 "8연승을 했다고 들뜬 분위기는 아니다. 언제든 위기를 맞는다고 생각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다시 1위로 치고 오르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경기다.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고 있다. '청출어람'을 하고 있는 옛 제자들이 대견하긴 하지만, 지난 10일 우리은행과의 시즌 2차전에서 52대74로 완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기 때문이다. 또 만약 패한다면 승차가 3경기로 벌어지면서 2위 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다.
'공성'과 '수성'의 뒤바뀐 운명에다 묘한 인연 때문에 24일 두 팀의 맞대결은 올 시즌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시즌 막판까지 선두 자리를 놓고 혼전을 펼칠 경우 '레알 신한'과 '우리셀로나'의 경기는 여자농구 최고의 라이벌전인 '엘 클라시코'가 될 수도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