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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양동근은 "스틱이 부러졌다"고 했다. 시즌 초반의 부진. '판타스틱 4'라는 모비스의 새로운 별칭이 거센 비난에 직면하자 이렇게 얘기했다.
하지만 결국 1위를 탈환했다. 12승4패. 2위 SK와 3위 전자랜드에 각각 반 게임차의 선두다. 6연승이다.
11월들어 딱 한 차례 졌다.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자랜드와 SK를 잡았다. 전열이 정비되지 않은 삼성, 오리온스, 동부는 완파했다.
하지만 양동근은 수비, 함지훈은 공격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문태영은 빠르게 모비스 패턴에 적응하고 있다. '볼 없는 농구'에 완벽히 안착하면서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LG 시절과 달리 쉽게 득점하면서도 팀 공헌도가 높다는 것이다. 승부처에서 결정력이 높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 김시래는 들쭉날쭉한다. 유 감독의 지적처럼 여전히 가벼운 느낌이 있다. 그래서 기복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외곽슛과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게임리드는 신인답지 않다.
모비스는 한 고비를 넘었다.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 라틀리프의 활용법을 찾았다. '수비자 3초룰 폐지'로 포워드형 용병의 활용도가 높아진 올 시즌.
하지만 모비스는 라틀리프로 역습을 가하고 있다. 헐거워진 골밑의 미세한 약점을 라틀리프가 뚝심있게 공략한다. 정확한 패턴에 의한 패싱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가능한 반격이다. 대체용병 위긴스도 합격점이다. 박수교 SBS ESPN 해설위원은 "시즌 초반 수비자 3초룰 폐지로 어려움을 겪었던 모비스가 거기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색깔도 되찾았다. 공격에서 상대의 약점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점, 끈끈한 수비가 살아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재 모비스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팀은 SK와 전자랜드다. KT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5할 승률에 머물러 있다.
'수비자 3초룰 폐지'의 효과를 톡톡히 봤던 두 팀이다. 수비가 쉬워졌다. SK는 공격은 강하지만, 수비가 약한 로스터를 가지고 있다. 또 헤인즈, 김민수, 박상오, 최부경 등 강한 포워드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공격루트를 가지고 있지만, 골밑은 약한 SK다. 자칫 포지션 중복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약점들을 '수비자 3초룰 폐지'가 다 없애줬다.
전자랜드는 객관적인 전력 자체는 강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끈질긴 수비와 함께 문태종, 포웰 등 결정력 높은 공격을 지닌 선수들이 있다.
11월 모비스는 두 팀과의 맞대결에서 다른 용병술을 썼다. SK전에서는 라틀리프, 전자랜드전에서는 위긴스를 주로 기용했다. 스피드와 파워가 있는 SK전에서는 우직한 라틀리프를 쓰면서 적극적인 힘대결을 펼쳤다. 노련한 전자랜드전에서는 기술이 좋은 위긴스를 주로 기용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운이 좋았던 측면도 있었다. SK는 당시 김선형의 컨디션이 최악인 상태. 전자랜드는 연전을 치르면서 체력적인 부담이 많았다. 때문에 전자랜드와 SK가 모비스의 선두싸움에 여전히 강력한 경쟁자인 것은 사실이다.
2라운드가 끝나면 프로-아마 최강전으로 인해 휴식기를 갖는다. 상위권의 대부분의 팀들은 2라운드까지 썼던 패턴을 싹 바꿔야 한다. 모비스는 변신의 폭이 넓다. 골밑의 외국인 센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랜드와 SK는 포워드형 용병들이 주축이다. 따라서 기존의 변형전술에서 운신의 폭은 좁다. 모비스의 국내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의 호흡이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만수' 유재학 감독의 계획대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