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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센터'서장훈 만신창이 만든 슬픈 현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1-22 21:44 | 최종수정 2012-11-23 07:27


KT의 최고령 센터 서장훈이 올시즌 연이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얼굴은 거의 만신창이가 된 수준이다. 21일 KGC전에서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을 한 뒤 거즈를 물고 출전중인 서장훈. 사진제공=KBL



만신창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아무리 신체 접촉이 심한 스포츠라지만 이렇게 집중수난을 겪는 것도 드문 일이다.

KT의 베테랑 '국보센터' 서장훈(38)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서장훈은 올시즌 들어 '부상투혼', '붕대센터'의 대명사가 됐다. 그도 그럴것이 서장훈의 얼굴은 만신창이다.

지난달 26일 SK전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혀 왼쪽 눈 윗부분이 찢어져 50바늘을 꿰맨데 이어 21일 KGC전서는 입술이 크게 찢어져 20바늘 또 꿰맸다. 불과 26일새 70바늘이나 봉합수술을 받은 것이다. 지난 11일 전자랜드전에서는 상대 선수의 손에 긁혀 코 왼쪽 얼굴 살점이 패였다. 꿰매지는 못하고 마마자국같은 흉터를 감수해야 할 판이다.

어디 얼굴 뿐일까. 목은 7년째 보호대 신세이고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팔과 다리는 찰과상과 멍투성이다. 농구 종목 특성상 대다수 선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서장훈이 유독 심하다.

서장훈은 왜 이렇게 만신창이가 됐을까. 농구인들은 "농구판에서 공식처럼 굳어진 두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두 가지 가운데 첫 번째는 서장훈 상대 반칙에 대한 콜(심판의 휘슬)이 인색하다는 것이다. 서장훈은 대학시절부터 월등한 신체조건(키 2m7, 몸무게 115kg)과 기량 때문에 '국보센터'로 불려왔다. 이 때문에 모든 상대 수비수의 경계대상 1호였다. 워낙 위협적이다보니 항상 서장훈은 '강자'였고, 마크맨은 '약자'로 보였다.


포지션이 센터여서 안그래도 신체접촉이 많은데 상대는 서장훈이 나왔다하면 악착같이 따라 붙는다. 더블팀-트리플팀의 겹수비는 예사이고 파워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심판 눈을 피해 다리걸고, 엉겨붙고, 붙잡고 늘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같은 교묘한 행위까지 포착해 휘슬이 울리는 경우는 극히 적다. 당연히 상대 선수들 사이에서는 '서장훈에게 웬만큼 거칠게 수비를 해도 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심하게 다뤄도 괜찮다'는 불편한 공식이 생긴 것이다. 한 감독 출신 농구인은 "서장훈은 은퇴를 앞두고도 토종센터로는 최고 활약을 하기 때문에 서장훈 앞에 선 선수는 여전히 '약자'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판정도 여전히 인색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서장훈 보복반칙 불능의 법칙'이다. 서장훈이 보이지 않는 반칙을 당해도 웬만해서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 반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서장훈의 자존심에서 기인한다. 서장훈은 "내가 당했다고 상대를 교묘하게 괴롭히거나, 신경을 건드리는 비신사적 플레이는 농구인생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을 어릴 때부터 입버릇처럼 해왔다. 전창진 KT 감독도 "코트에서 지저분하지 않은 플레이를 하는 매너에서만큼은 '국보센터'로서 자존심이 있다"고 인정한다.

이로 인해 서장훈은 코트에서 보이지 않는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프로생활 내내 외국인선수를 맡아야 하는 고달픈 포지션이니 짜증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동안 서장훈이 안티팬들로부터 심판에게 어필을 자주하는 '투덜이'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은퇴를 앞둔 '국보센터'의 수난사는 심판들의 미흡한 경기운영과 이를 여전히 이용하려는 상대 선수들의 과도한 관행 때문이라는 게 농구계의 지적이다.

비단 서장훈에게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김주성(동부), 오세근(KGC) 등 특급선수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

프로농구의 흥미와 선수 보호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서장훈은 "승부의 세계인 만큼 후배들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개인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각자 열심히 하다보니 그런 것 아니냐"면서도 "마지막 시즌인데 몸이라도 성하게 떠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제대 말년이니 "변칙 플레이 그만 좀 하자"고 하소연하고 싶지만 이 역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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