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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완패' 김주성 나왔어도 달라질 것 없었다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11-21 09:54 | 최종수정 2012-11-21 15:29


20일 오후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2012-2013 프로농구 창원 LG와 원주 동부의 경기가 열렸다. 93대 72로 패배한 동부 선수들이 코트를 떠나고 있다. 원주=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창원 LG가 다시 한 번 원주 동부에 대승을 거뒀다. LG는 20일 원주에서 열린 동부와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93-72로 승리하며 동부를 5연패의 늪에 빠뜨림과 동시에 지난 10월 19일 1라운드 맞대결에서 95-67로 승리했던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완벽히 증명해 보였다.

동부가 20일 경기에서 완패를 당하자 적지 않은 언론들은 김주성의 부재를 패배의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두 팀의 지난 1라운드 맞대결을 지켜본 이라면 김주성의 부재가 이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김주성은 LG와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5득점 1리바운드 4파울 5턴오버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동부의 대패를 이끌었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LG와 동부의 2라운드 맞대결 결과가 LG의 대승으로 끝난 이유는 단순히 동부의 에이스 김주성이 결장해서가 아닌, LG가 동부보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주성이 정상적으로 출장했다고 하더라도 동부는 LG를 넘어설 수 없었다.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라운드 맞대결과 이번 2라운드 맞대결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리더의 차이, 센터의 차이, 그리고 감독 전술의 차이 등이 바로 그것이다.

리더의 차이

우선 LG의 주장이자 에이스로 활약중인 김영환은 1쿼터부터 3점슛 2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LG쪽으로 가져왔고, 이후 공수에서 LG의 젊은 선수들을 이끌며 28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의 만점 활약으로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도 팀 내 최다인 16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기복 없는 모습으로 대승을 이끌었던 팀의 리더가 다시금 자신의 몫을 해낸 것이다.

하지만 동부에는 리더가 없었다. 주장인 박지현은 9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대부분의 기록이 사실상 승부가 갈린 후반에 나왔고 턴오버를 3개나 범했다. 팀에서 제일 고참인 이승준 또한 경기 초반부터 심판 판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공격자 파울, 테크니컬 파울을 연달아 받는 등 그 누구도 구심점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가드진의 붕괴와 에이스 김주성의 흥분으로 경기를 쉽게 LG에 내준 데 이어 이번에도 코트 위에 리더가 없었던 동부다.

센터의 차이


동부는 슈팅가드에 가까운 리차드 로비를 데려왔다. 그리고 로비는 SK전 31득점에 이어 LG전에서도 32득점을 올리며 공격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하지만 가드 외국인 선수의 가세는 동부의 골밑을 완전히 붕괴시켰다. 이승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외곽에서 주로 활동했고 동부의 공격 때 5명 전원이 외곽에 서 있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 당시 리바운드 싸움에서 19-34로 뒤진 데 이어 다시금 동부는 팀에 제대로 된 센터가 없는 현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LG는 양우섭, 정창영, 박래훈, 김영환으로 이어지는 외곽 자원들과 함께 확실한 센터인 로드 벤슨을 주로 기용했다. 벤슨은 동부의 골밑을 휘저으며 불과 23분 동안 18득점을 몰아넣었다. 뿐만 아니라 벤슨의 존재로 인해 LG의 국내 선수들은 자신감 있게 외곽슛을 시도할 수 있었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 당시에도 클라크와 벤슨이 무려 21개의 리바운드를 걷어 올리며 승리했던 LG는 다시 한 번 센터와 골밑 지배의 중요성을 동부 선수단에 보여줬다.

감독 전술의 차이

강동희 감독은 무차별 3점포를 허용 하면서도 지역방어를 고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패'로 이어졌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수비 붕괴로 무려 13개의 3점슛을 얻어맞고 패했던 것을 한 달 만에 다시 재현하고 말았다. 또한 로비의 가세와 김주성의 부재로 이승준이 골밑을 지켜줘야만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승준은 다른 경기에 비해 더 외곽에서 활동하며 사실상 포인트가드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이승준의 손에서는 5개의 어시스트와 함께 5개의 턴오버가 나오기도 했다. 강동희 감독이 이승준 활용 메뉴얼을 전혀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음이 명확히 드러난 한 판이었다.

반면에 LG의 김진 감독은 동부의 이런 약점을 철저히 파고 들었다. 제대로 된 센터 한 명 없는 동부의 골밑을 벤슨과 클라크를 통해 계속해서 공략했고, 도움 수비가 골밑으로 들어오면 바로 외곽에서 나머지 선수들이 찬스를 보는 패턴을 경기 마지막까지 이어갔다. 그 결과 LG는 3점슛 22개를 시도해 11개를 성공시키는 무시무시한 적중률로 동부를 붕괴시켰다. 뿐만 아니라 LG는 경기 마지막까지 동부를 몰아붙이며 지난 맞대결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90점대를 돌파했다. 동부를 상대하는 LG 선수들의 눈빛은 시종일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감독의 전술 싸움에서도, 리더 및 센터 싸움에서도, 그리고 선수들의 투지에서도 동부는 LG에 두 번 모두 완벽히 패했다. 동부가 지난 시즌 정규시즌 우승팀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는다면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로비가 수비 전술에 녹아들더라도, 김주성이 부상에서 복귀하더라도 동부의 경기력은 달라질 수 없다. 선수단 전체의 연봉이 20억 9,500만원인 동부는 11억 2,844만원의 LG에 두 번 연속 대패를 당했다. 그것이 바로 동부가 처한 현실이다. <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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