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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장훈의 올 시즌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백의종군'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결국 KT 전창진 감독이 서장훈을 품었다. 그동안 그는 자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팀을 만나지 못했다.
공격력이 뛰어나지만, 수비범위가 좁았다. 느린 스피드도 문제였다. 하지만 정교한 슈팅능력과 2m8의 큰 키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승부처에서 그는 내실있는 득점을 올렸다. 그동안 그러지 못한 적이 더 많았다. 더욱 적극적으로 수비에 임했다. 전 감독이 서장훈의 수비약점을 잘 알고 거기에 맞는 수비패턴을 지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전 감독은 서장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서)장훈이와 늦게 만난 게 아쉽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재미있게 농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한마디로 둘의 궁합이 함축적으로 표현돼 있다.
서장훈은 시즌 전 "올 시즌을 끝으로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자존심에 걸맞는 활약을 한 뒤 깨끗하게 그만두겠다는 의미.
그런데 변수가 있다. '수비자 3초룰'의 폐지다. 좋은 슈팅능력을 가진 서장훈에게는 많은 어드밴티지가 있는 제도변경이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트렌드 중 하나는 저득점이다. 골밑이 그만큼 빡빡하다. 좁은 수비범위를 가지고 있는 서장훈에게는 수비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 골밑에 가만 서 있기만 해도 뚫기가 쉽지 않다. 공격에서는 그의 슈팅능력이 히든카드 중 하나다. 골밑의 공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정확한 중거리슛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기 때문이다.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식스맨으로서 서장훈의 매력은 엄청나다. 가장 확실한 득점원인데다, 경험이 많아 큰 경기에 더욱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KT 전창진 감독은 "서장훈이 1년 더 뛰면 좋겠다"고 했다. 애제자를 아끼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전술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장훈은 단호하다. 그는 "사실 너무 힘들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이 아니면 이렇게 뛰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팀내 사정도 고려한다. 그는 "장재석이나 김현민은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훌륭한 선수들이다. 나 때문에 출전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장재석은 KT의 미래를 끌고 갈 선수다. 올해는 대학에서 갓 졸업해 많이 뛰지 못하지만, 어차피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출전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 감독도 서장훈의 이런 단호한 입장을 잘 알고 있다. 계속 설득 중이지만 서장훈은 요지부동이다. 전 감독이 "그만두면 뭐 할꺼냐"고 사석에서 물은 적도 있다.
전 감독은 "구체적인 것은 시즌이 끝나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장훈이가 워낙 단호하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둘 다 농구를 열심히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