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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 잘못' 전창진 감독의 반성, KT를 바꿨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11-02 09:38



"다 내 잘못이었다."

KT 전창진 감독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장 중 명장. 하지만 이번 시즌이 시작된 후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1일 인천 전자랜드전을 앞두고 거둔 성적이 1승6패. 경기를 앞둔 전 감독은 "감독 생활 이후 이렇게 어려운 시즌 초반을 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도 당황스럽다"며 힘든 기색을 내비쳤다. 경기에 지면 잠도 오지 않고 밥도 넘어가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실제 최근 전 감독은 살도 빠진 모습이었고 눈도 항상 충혈돼있었다. 전 감독은 "경기에 패하면 참을 수 없는 내 성격 탓"이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전 감독을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KCC전 고의 패배 논란 때문. KT는 지난 20일 전주 원정경기에서 54대71로 허무하게 패하며 KCC가 이번 시즌 거둔 유일한 승리를 헌납했다. 전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작전타임을 한 번도 부르지 않는 등 무성의 태도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절친한 KCC 허 재 감독에게 일부러 1승을 내준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전 감독은 "승부조작이 말이 되느냐. 이전부터 선수들에게 쌓여있던 불만이 그 경기에서 폭발한 것"이라며 "솔직히 화가났다. 하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그런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인정하고 넘어가면 되는 문제였다. 감독이 사고를 쳐서 흔들리니 팀 분위기 흐뜨러졌다. 모든 게 내 잘못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전 감독은 전자랜드전을 앞두고 굳게 마음을 먹었단다. 감독이 무거운 모습을 보이면 선수들의 플레이도 망가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즐겁게 해보겠다"며 한결 편해진 마음을 드러냈다. 마음의 부담감을 갖던 주축 선수들을 과감하게 2군에 보내기도 했다. 특히 전 감독이 직접 주도해 야심차게 영입한 포인트가드 김현중을 내려보내고 신인가드 김현수를 1군에 콜업, 스타팅 멤버로 투입한 것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전 감독은 "당장 1승에 연연하지 않겠다. 전체 시즌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전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실수를 해도, 테크니컬 파울을 범해도, 심지어는 신인 장재석이 종료 부저가 울린 후 던진 버저비터가 림에 들어갈 때도 박수를 쳤다. 평소 전 감독으로부터 보기 힘든 모습. 감독의 달라진 모습에 확실히 선수들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최고참 서장훈부터 막내 김현수까지 신나게, 그리고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렇게 KT는 선두를 달리던 대어 전자랜드에 완승을 거뒀다. 이날 1승으로 KT의 성적이 쭉 오를 것이라고 확실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독과 선수들이 이날 경기 같이 하나로 똘똘 뭉친다면 성적과는 별개로 좋은 경기가 계속해서 펼쳐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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