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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농구 최강은 현재 이란이다.
그가 에이스인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수비자 3초룰'이 없는 FIBA(국제농구연맹)의 방식 때문이다. 골밑에 이중 삼중의 방어막이 쳐있는 골밑보다, 림에서도 4~5m 떨어져 있는 외곽이 좀 더 확률높은 공격을 펼칠 수 있기 때문. 3점슛까지 정확하다면 금상첨화다.
지난해까지 한국농구는 기형적이었다. 2명의 용병이 뛸 때 한국의 슈터는 아사 직전까지 몰렸다. 단순히 밖에서 패스를 받아 3점슛을 쏘는 것이 제 1의 임무. 아니면 수비가 뛰어난 수비 스페셜리스트였었다. 공격의 대부분은 골밑에 있는 용병 혹은 외곽의 포인트가드가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고스란히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국내무대에서 유용하게 써 먹던 픽 앤 롤, 픽 앤 팝과 같은 2대2 공격은 국제무대에서 거의 성공시키기 힘들었다. 골밑이 빡빡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슈팅가드나 스몰포워드의 개인기로 내외곽을 공략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혀 활로를 찾지 못했다.
올해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됐다. 시즌 초반 혼돈에 휩싸인 모습이다. 전자랜드와 SK가 2강 구도를 형성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큰 변화는 슈터들의 반격이다. 국제경쟁력만을 생각한다면 매우 긍정적이다. 득점 톱 10을 살펴보면 예년과 완연히 다른 모습이 있다. 김영환(LG)이 평균 15.86점으로 득점 7위, 이정현이 15.17점으로 8위다. LG에는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로드 벤슨이 있다. 하지만 김영환이 팀내 득점 1위다. 이정현도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외국인 선수 파틸로(평균 24.83점)에 이어 팀내 2위다. 게다가 최진수(오리온스) 조성민(KT) 김선형(SK) 등 팀내 간판 슈터들이 득점 톱 15에 진입해 있다. 지난해까지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다.
물론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낮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수비자 3초룰의 폐지로 정확한 슈팅능력과 좋은 테크닉을 지닌 슈터들이 약진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김주성 함지훈 이승준과 같은 파워포워드들은 아직까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는 리그 중반이 되면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매 경기 골밑이 아닌 외곽포에 의해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물론 득점이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그 때문에 수비자 3초룰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저득점의 가장 큰 원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외곽의 기술농구를 저해했던 지난해까지의 시스템의 부작용이 올해 저득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게 맞다.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됐지만, 화려한 1대1 공격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테크닉을 가진 선수가 국내리그에 없다는 의미이다.
올 시즌 농구 지형이 송두리채 바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슈터들의 반격이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포인트가드=마디 캄라미, 슈팅가드=자바드 다바리, 스몰포워드=니칸 바라미, 파워포워드=아살란 카제미, 센터=하메드 하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