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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새용병(?) '가오슝박'을 아시나요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09-26 17:19


LG의 당돌한 신인 박래훈은 대만 가오슝 전지훈련에서 '가오슝 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6일 숙소에서 만난 그는 항상 해맑은 가오슝의 사나이였다. 가오슝(대만)=최만식 기자



'숨은 용병 가오슝 박을 아십니까?'

대만 가오슝에서 전지훈련 중인 창원 LG 선수단에는 숨은 외국인 선수로 주목받는 이가 있다.

신인 슈팅가드 박래훈(23)이다. 경희대 출신인 박래훈은 그야말로 '가오슝 스타일'이다.

LG가 전지훈련을 겸해 출전 중인 ABA(아시아프로농구연맹) 산아오배이 챔피언십에서 깜짝 활약을 펼치며 올시즌 루키돌풍을 예감케 하고 있다.

박래훈은 이번 ABA 대회 예선리그에서 LG가 초반 2연승으로 결승 진출을 조기에 확정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24일 중국의 광동 위너웨이와의 경기에서는 3점슛 5개를 포함, 25득점 5어시스트의 맹활약으로 우승후보 격파에 앞장섰고, 25일 일본 요코하마 B-커세어스전에서도 팀내 최고 활약(14득점-3점슛 4개, 4어시스트)으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에게 '가오슝 박'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이번 대회에서의 깜짝 활약 때문만은 아니었다. 박래훈은 가오슝과 깊은 인연이 있었다. 경희대는 10년전부터 신입생이 입단하는 시기마다 가오슝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해왔다. 그 과정에서 박래훈은 대학 4년 동안 가오슝과 인연을 맺어왔다. LG에 입단해서도 또 가오슝을 찾게 된 박래훈은 대만 프로팀 선수들은 물론 알고 지내는 지인들이 많았다.

이처럼 가오슝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그가 가오슝에서 종횡무진하니까 '가오슝 박'이란 외래 별명을 얻은 것이다. 한상욱 사무국장이 "형편만 된다면 2012∼2013시즌때 가오슝에서 홈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칭찬할 정도다.


어찌보면 박래훈과 LG는 천생연분이다. 서로 '행운'라고 말한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순위에 당첨된 LG는 지체할 것도 없이 박래훈을 택했다. 당초 LG의 드래프트 대상 리스트에서 3순위로 고평가됐던 그가 이전 4개팀에서 선발하지 않자 운이 좋았다고 여겼다.

반면 박래훈은 무릎 연골 부상으로 인해 대학 3학년을 꼬박 쉬었던 약점을 안고 있었던 터라 잘해야 7∼8순위에 뽑힐 것이라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한데 덜컥 5순위에 지명을 받고 나니 행운이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서로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으니 동반 상승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LG는 박래훈을 올시즌 루키돌풍의 핵심으로 키울 생각이다. 지난 2001∼2002시즌 오리온스 감독 시절 신인 3순위였던 김승현(현 삼성)을 최고 루키로 끌어올린 김 진 감독은 박래훈에게서 제2의 김승현을 기대하는 눈치다.

김 감독은 "박래훈은 신인답지 않게 당돌하고 신바람을 타며 농구를 하는 스타일이다. 장점이 많은 친구"라며 "그동안 부상으로 인한 이탈때문에 저하된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부러 40분 출전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래훈도 이번 전지훈련에서 부상으로 빠진 변현수의 공백을 든든히 메우면서 기대 이상의 공헌도를 선보이며 LG가 추구하는 패기 농구의 분위기 메이커로 톡톡한 노릇을 하고 있다.

박래훈은 스스로 "능글맞은 편"이라고 했다. 그만큼 모든 상황을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기회가 얻을 수 있는 LG같은 팀이 마음에 든다"는 박래훈은 LG가 약체라는 주변의 전망에 대해 "그런 평가를 뒤집어 놓는 것도 재미있다"며 여전히 능글맞았다.

그런 그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돌적인 공격력에 비해 수비가 약하고 기분에 따라 업다운이 심하다는 게 김 감독의 걱정이다.

당돌한 신인 '가오슝 박'이 이런 우려마저 뛰어넘고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가오슝(대만)=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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