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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창원 LG가 22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카오슝에서 전지훈련을 갖는 것으로 올시즌 모든 전지훈련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올해 10개 구단은 이례적으로 한 곳도 빠지지 않고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서 담금질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인해 해마다 한두 팀은 국내 전지훈련으로 대신했지만 올해 전원 출석도장을 찍은 것이다.
으레 해외 전지훈련이라고 하면 왕복 항공료를 포함해 숙박비, 현지 연습경기 섭외비 등 적지 않는 비용이 들어가는 '돈먹는 하마'로 인식되기 일쑤다.
하지만 올시즌부터 크게 달라졌다.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연습경기 충분하게 치를 수 있는 각종 대회 참가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현지 대회 참가를 겸해 전지훈련을 실시한 팀은 LG, 삼성, KGC 등 3개 구단이고, 오리온스, 전자랜드, KCC 등은 중국 현지팀의 초청을 받아 다녀왔다.
대회 참가나 초청을 받으면 항공료부터 체재비까지 웬만한 모든 경비를 주최측의 지원을 받게 된다. 구단으로서는 1000만원 안팎이면 전지훈련을 거뜬하게 소화할 수 있다.
장기적인 세계불황 때문에 프로구단의 운영 경비를 앞다퉈 긴축하려는 요즘엔 이보다 효율적인 훈련법이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에서 전지훈련 중인 LG다. LG는 그동안 브루나이 정부가 주최하는 브루나이컵 국제농구대회에 참가한 뒤 귀국길에 필리핀을 거쳐 오는 방식을 택해왔다.
올해에는 대만에서 한국, 일본, 중국 등의 프로팀들이 참가하는 ABA(아시아프로농구협회)컵 대회에 출전하는 것으로 전지훈련을 대신한다.
선수단 16명에 대한 모든 경비를 대회 주최측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돈 절약을 할 수 있고, 결승 리그까지 매일 실전경기를 치를 수 있다.
보통 해외 전지훈련을 떠날 때 구단들의 최대 고민은 연습경기 상대를 어떻게 섭외하느냐다. 그 상대도 너무 수준 이하이면 연습경기가 안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일부 팀들이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 미국을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지훈련 막차를 탄 LG는 한국과 수준이 비슷한 중국, 일본 팀들과 대회를 치르면서 실전 감각을 익힐 수 있고, 우승할 경우 3만달러(약 3300만원)의 짭짤한 부수입까지 챙길 수 있다.
지난 8월 18일 가장 먼저 전지훈련을 떠난 삼성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돌아오는 길에 중국에 들러 ABA 대회에 출전해 같은 효과를 누렸다.
지난 시즌 챔피언 KGC 역시 우승팀 자격으로 대만 존스컵에 참가한 것으로 전지훈련과 선수들의 우승 나들이를 대신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전지훈련을 계획하지 않았던 오리온스는 18일부터 25일까지 갑자기 중국을 다녀왔다. 중국 랴오닝성의 초청을 받아 100% 공짜로 전지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왔던 랴오닝성 남자 청소년대표팀이 훈련용 체육관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다가 오리온스의 고양체육관 도움을 받은 게 인연이 됐다. 랴오닝성의 보답 초청을 받은 오리온스는 중국 프로농구 1부리그의 랴오닝 지에바오 헌터스와 함께 랴오양, 푸신, 차오양, 선양 등 4개 도시를 돌며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처럼 올시즌 프로농구에는 꿩먹고 알먹는 실속형 전지훈련이 대세를 이룬 것이다.
LG 홍보팀의 김광환 차장은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대회 수준도 중요하다. 전지훈련에서 연습상대가 될만한 팀들과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대회를 골라내 비용도 절감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카오슝(대만)=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