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쿼터 들어 미리 익힌 압박수비 패턴을 시험해보고 있는 오리온스 선수들. 랴오양(중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스파링파트너의 실력은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현지 농구 열기도 뜨거웠다. 기대 이상의 전지훈련 효과에 오리온스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오리온스가 중국 요녕성 전지훈련 첫 번째 경기를 마쳤다. 19일 오후 랴오양(요양)체육관에서 열린 요녕 찌에빠오 헌터(Lioning Ziebo Hunter)와의 공식경기서 74대81로 패배했다. 오리온스는 이번 전지훈련에서 요녕성의 4개 도시(요양 부신 조양 심양)를 돌면서 중국 CBA 1부리그 팀인 요녕 찌에빠오 헌터와 각 도시별로 한 차례씩, 총 네 차례 맞붙는다.
이날 체육관에는 스탠드 상단 좌우측 일부 좌석을 제외하고 꽉 들어차 중국의 농구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좌석별로 차이가 있지만, 우리 돈으로 2~3만원이 넘는 표를 구매하고 들어온 유료 관중이 2000여명을 훌쩍 넘었다.
이 체육관은 요녕성을 대표하는 프로팀인 찌에빠오 헌터가 1년에 한 두 번 요양시에서 경기를 치를 때를 대비해 만든 전용 체육관이었다. 쉽게 말해 연고지 제2체육관인 셈. 모처럼 심양에서 요양까지 온 찌에빠오 헌터를 맞은 팬들은 경기 내내 "짜요(힘내)!"를 외치며 열성적인 응원을 보냈다. 가까운 대학교 학생들이 치어리더로 나섰고, 스탠드 한 켠에 자리한 관악기 연주단의 웅장한 음악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관악기 연주단이 지휘자까지 대동한 채 경기 내내 음악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랴오양(중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요녕성 농구협회의 초청으로 오게 된 오리온스 측은 이런 열기가 반가울 따름이었다. 올시즌부터 시범경기가 폐지되고 시설 점검 차원의 연습경기만 갖게 돼 있다. 하지만 멀고 먼 요녕성까지 온 덕분에 많은 관중 앞에서 훌륭한 '시뮬레이션'을 하게 됐다. 구단 관계자는 "7박8일간 4개 도시를 도는 일정이 다소 빡빡하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힘들어도 좋다. 우리한테 큰 도움이 되는 경기"라며 미소지었다.
조직력과 짜임새 있는 농구를 지향하는 추일승 감독 역시 이번 전지훈련에서 최대한 많은 걸 익히고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에 도착한 뒤 전술훈련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추 감독은 "사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한 두 게임만 봐도 상대 패턴을 다 읽는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최대한 많은 걸 익혀야 한다"며 "국내에서만 훈련할 경우 이 부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경기 감각도 문제다. 4경기 동안 매번 다른 패턴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엔 팀의 중심인 김동욱이 가벼운 왼 발목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고, 마찬가지로 몸상태가 완전치 못한 조상현 전형수 김종학 김민섭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추 감독은 9명의 선수로 다양한 패턴을 시도하는데 중점을 뒀다.
중국의 일방적인 응원과 심판 판정 텃세에 승부에 대한 의욕이 솟아 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리온스 코칭스태프는 냉정하게 계획했던대로 선수를 기용하며 공수 패턴을 시험했다.
주축선수들을 벤치에 앉힌 채 1쿼터를 시작한 오리온스는 전태풍과 레더 최진수를 차례로 투입하며 슬슬 피치를 올렸다. 이들이 모두 들어온 2쿼터부터 4쿼터 초반까진 리드를 지켰다. 하지만 상대가 5명 전원을 장신선수들로 기용하자 고전을 면치 못했고, 수비 패턴이 읽히면서 첫 경기 패배를 안았다.
하지만 추 감독을 비롯한 오리온스 관계자들은 패배에도 "제대로 훈련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이틀 뒤 두번째 게임을 기대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엔 코트로 수많은 관중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찌에빠오 헌터에서 뛰고 있는 국가대표 4명을 붙잡고 사진을 찍는데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랴오양(중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여대생들로 이뤄진 치어리더팀. 아마추어였지만 경기 내내 관중들을 위한 다양한 응원을 펼쳤다. 랴오양(중국)=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