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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가 2014년부터 더 이상 농구부원을 선발하지 않겠다고 내린 결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대학 농구판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새로운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2013년에 입학한 선수들이 졸업할 때까지만 농구부를 유지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농구부 해체 선언을 한 것이다.
2012년 현 시점에서의 한국 농구 현실을 뿌리부터 살펴보자. 삼성의 주전 포워드 이규섭이 나온 학교로 유명한 대경중학교는 지난 2012 협회장기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농구 명문 중학교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이미 농구부의 해체를 결정했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운동부가 왜 해체되는 것일까?
대경중학교 측에서는 대경중학교 농구부의 우수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연계학교인 대경정산고로 진학하지 않고 명문 고등학교의 스카우트를 통해 타 학교로 입학한다는 이유로 농구부의 유지를 포기했다. 중학교에서 3년 동안 잘 육성해 놓은 선수들이 특정 명문 학교로 빠져나가면서 정작 상급 학교인 대경정산고는 제대로 된 선수 구성을 갖추기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대경중, 부산중앙고 등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의 중고등학교 농구 문제의 지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나마 위의 팀들은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며 적게나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선수 수급에 실패한 중고등학교 농구부들은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일부 농구 명문 고등학교들의 무차별식 스카우가 대학교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학 농구의 판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몇몇 학교들이 고등학교의 우수한 인재들을 사실상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 9월 초에 발표된 2012 대학 스카우트 결과를 살펴보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고려대는 고교 최대어 이종현을 비롯해 강상재, 최성모 등 U18 대표팀 멤버 3명을, 연세대 또한 천기범, 최준용, 박인태 등 U18 대표팀 멤버 3명을 스카우트했다. 그밖에 중앙대와 경희대도 고려대, 연세대와 돌아가며 유능한 선수들을 싹쓸이하고 있다. 현재 중앙대의 장재석을 비롯한 4학년 주전 5인방과 경희대의 김종규를 비롯한 3학년 트리오가 그 대표적인 예라 볼 수 있다.
특정 상위권 대학들의 지나친 선수 스카우트 경쟁으로 인해 나머지 대학들은 그들이 데려가지 않는 선수들을 수거해 가는 데 그치고 있다. 2011 대학농구리그에서 9위, 2012 대학농구리그에서 7위에 머문 성균관대 또한 이러한 스카우트 경쟁의 피해자였고, 그들이 앞으로 농구부를 계속 유지해 나간다 하더라도 지금의 성적에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사실상 없다.
고등학교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선수들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성균관대를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고, 그런 능력을 지닌 선수들을 상위권 대학들이 가만히 놔두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특정 대학들의 무차별식 스카우트를 방지하고 전반적인 상향평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금은 번거롭더라도 대학교 농구에도 프로와 같은 드래프트제를 도입하는 방법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스카우트제를 고집할 경우 성균관대 해체설과 같은 사태는 도미노 현상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중위권이나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농구부를 유지해 나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학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기 때문이다.
농구부 해체를 결정한 성균관대를 비난하기에 앞서 특정 대학들의 무차별식 스카우트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들이 얼마나 오랜 기간 들러리에 그치고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일부 명문 학교들의 무차별식 스카우트가 한국 농구의 미래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