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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슈팅가드 이정현은 어떻게 보면 불운한 선수다.
KGC의 팀내 사정 상 그가 식스맨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경기당 평균 24분31초를 뛴 그는 9.5득점, 2.7리바운드, 2.1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매우 좋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량에 대한 완전한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식스맨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기량을 평가하기 어려운 것은 일단 수비력이었다.
하지만 수비력에서는 의문부호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좋은 수비는 빠른 스텝과 함께 경험이 필요하다. 이정현에게는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위치도 애매했다. 김태술 박찬희와 함께 나서면 상대팀의 포워드를 수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외곽에서의 수비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올 시즌 박찬희는 군 입대를 했다. 이정현이 그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일단 성공이다. 공격력과 함께 수비력이 검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수비력이 나쁜 편은 아니다. 대학 시절 수비상을 받은 적도 있다. 이정현은 "일단 (박)찬희의 수비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된다. 최근 수비 훈련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일 윌리엄존스컵 3차전 미국 연합팀과의 경기에서 이정현은 완벽한 수비력을 보였다. 외곽에서 움직임은 매우 날카로웠다. KGC가 야심차게 준비한 트랩수비에서도 팀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그를 평가절하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큰 무대 경험이다. 그는 지난해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매우 부진했다. 4경기를 뛰며 평균 24분31초를 출전했지만, 3.5득점에 그쳤다. 챔프전도 마찬가지다. 6경기 동안 21분42초를 뛰었지만, 5.5득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시즌을 놓고 그의 큰 무대 활약을 논하는 것은 성급하다. 이정현은 "준비 경험이 너무 없었다. 당시 플레이오프 들어가기 직전 하루에 슈팅을 400개 정도 쐈다. 그런데 오히려 실전에서 컨디션이 떨어졌다. 들어가기 직전 컨디션을 살짝 올려놓고 실전에서 끌어올렸어야 했는데, 연습 때 컨디션을 너무 끌어올렸었다"고 했다.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올 시즌 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KGC의 주전 슈팅가드는 이정현이다. 수비력에 대한 평가, 큰 무대에 대한 평가를 다시 받을 수 있는 기회다. 타이베이(대만)=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