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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저득점 경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8일 KGC와 KT의 경기에서 55대51 스코어가 나오며 패배한 KT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소득점의 수모를 당한지 3일 만에 모비스가 그 기록을 갈아치웠다. 모비스는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50대70으로 대패,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 두 경기 뿐 아니다. 21일까지 치러진 5경기 중 21일 동부가 기록한 70점이 최다 점수일 정도로 득점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수준 높은 팀들의 경기에서 왜 이렇게 득점이 저조한 것일까.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기본적인 배경이다. 여기에 큰 경기 특성상 각 팀의 감독들은 공격보다는 수비 전술에 중점을 둔다. 매 경기 달라지는 다양한 수비전술에 상대팀 창은 무뎌지고 만다. 연습에서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일례로 보자. 동부 강동희 감독은 1차전 패배 후 모비스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함지훈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대신 용병 테렌스 레더에게 줄 점수는 주는 식이다. 그래서 함지훈의 수비로 김주성이 아닌 로드 벤슨을 붙였다. 결과는 대성공. 레더에게는 32점을 줬지만 함지훈을 8점으로 막았다. 함지훈이 막히니 모비스의 공격이 원활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선수들 긴장에 어이없는 실책 속출
농구는 경기 흐름에 매우 민감한 경기다. 10점 넘게 뒤지던 팀도 한번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금세 벌어진 스코어를 따라잡을 수 있다. 공격을 계속 성공시키면, 덩달아 수비도 잘된다. 반대로 득점을 계속해서 허용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해지는 것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의 특징은 각 팀들이 흐름을 타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순간 어이없는 실책으로 분위기가 확 가라 앉는다. 한 번에 많은 득점이 성공되지 않는 이유다.
원인은 선수들이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4강에 진출한 한 팀의 감독은 "큰 경기에서 긴장을 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다리도 떨어지지 않는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가장 유력한 정규리그 MVP 후보인 윤호영이 2차전 1쿼터에 실책 4개를 허무하게 연발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