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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왔다. 마지노선의 끝자락에 다다른 느낌이다.
그 과정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모비스 다혈질 용병 테런스 레더와 동부의 트리플 포스트(로드 벤슨, 김주성 윤호영)가 대립각을 세웠다. 양팀 사령탑의 화려한 전술변화가 '신경전 유발자'다.
레더를 풀고, 함지훈을 막다
이유가 있었다. 동부의 트리플 포스트는 강하지만, 개개인을 놓고 보면 세밀한 약점이 있다. 특히 1대1 골밑수비에 약하다는 점을 공략했다. 함지훈이 김주성과 자신감있는 1대1 공격으로 18득점,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레더 역시 정확한 중거리포로 동부의 골밑을 흔들었다. 결국 모비스가 1차전을 가져갔다.
동부는 2차전에서 많은 수비변화를 줬다. 그 중 핵심은 골밑의 매치업이었다. 김주성이 레더를, 로드 벤슨이 함지훈을 막으며 매치업을 변화시켰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김주성은 레더를 육탄으로 막았고, 힘이 부칠 경우 벤슨이 즉각 더블팀을 들어왔다. 경기 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동부가 변화시킬 부분은 골밑 매치업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레더가 득점력 뿐만 아니라 패스능력도 좋다"고 했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레더의 득점욕심에 집중했다. 그는 "레더가 득점욕심이 많기 때문에 좋은 타이밍에 도움수비를 가면 제대로 패스를 하지 못할 것이다. 즉 모비스의 공격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성공이었다.
모비스는 공격이 레더에 집중됐다. 레더는 32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골밑 파트너인 함지훈은 8득점, 4리바운드에 그쳤다. 모비스의 공격이 그만큼 단조로워졌다는 의미. 경기 직후 유 감독은 "함지훈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동부가 새로운 패를 일찍 보인 만큼 3차전에서는 함지훈의 공격루트를 찾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노선에 다다른 양팀의 신경전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동부 강동희 감독은 매우 냉철하다. 심판진과 쓸데없는 신경전을 벌이지 않는다. 선수가 항의하더라도 심판의 콜에 문제가 없으면 오히려 선수를 나무라기도 한다.
게다가 항의도 매우 영리하게 한다. 거친 신경전보다는 경기에 대한 준비와 꼼꼼한 전술을 가지고 승리를 이끄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양팀의 신경전은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양팀 감독들도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공격보다는 수비가 뛰어난 두 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을 가지고 있는 양 팀의 전술변화는 다양하다 못해 화려하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 마지노선까지 온 신경전이다.
그 중심은 모비스 레더다. 2차전에서 동부는 레더에게 공격을 허용하면서 더블팀을 적극적으로 붙었다. 뛰어난 몸싸움 능력을 자랑하는 레더와 동부의 트리플 포스트가 충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2쿼터 2분45초를 남기고 동부가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런데 벤슨과 계속 신경전을 벌이던 레더는 동부 벤치 앞에서 계속 실갱이를 했다. 강 감독은 심판진에 레더의 행동에 대해 항의했다.
3쿼터 종료 35초를 남기고 레더와 윤호영이 말싸움을 하며 붙었다. 4쿼터에는 골밑에서 자리다툼을 하던 레더와 김주성이 치열한 몸싸움을 펼쳤다. 그 와중에 김주성이 몇 차례 코트에 나뒹굴었다.
강 감독과 유 감독은 심판에게 격렬히 항의했다.
유 감독은 "김주성은 헐리우드 액션이 기본적으로 있다. 레더의 정상적인 몸싸움이었기 때문에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은 것이다. 만족할 만한 판정"이라고 했다. 그러자 강 감독은 "심판진들이 김주성의 헐리우드 액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비디오 판독을 해봐야겠지만, 4쿼터 상황은 레더의 반칙성 플레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반박했다.
사실상 결승전이라 불리는 동부와 모비스의 플레이오프 4강전.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