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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연승의 금자탑을 세운 동부.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신기원을 이룩했다.
동부의 16연승을 이룬 18일 전주. 그들의 실제 심정은 어떨까.
허 재 감독과 소주마신 강동희 감독
17일 전주. 모처에서 절친인 KCC 허 재 감독과 강 감독은 소주 한잔을 기울였다. 전주에 오거나, 동부의 홈인 원주에 가면 항상 단골인 레퍼토리.
그러나 이번에는 어색할 만했다. 강 감독은 '침입자'다. 16연승을 위해 전주에 입성한 적장. 반면 허 감독은 '수성'을 해야 한다.
술자리에서 그들은 항상 흉금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16연승에 대한 얘기를 거의 나누지 않았다. 어차피 코트에서는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
강 감독은 "허 재 형이 격려를 많이 해줬다. '사실 동부의 전력이 최다승을 할 만큼 강한 것은 아닌데 니가 잘 이끌었다'는 덕담을 건넸다"고 했다. 강 감독을 아끼는 허 감독의 마음은 여전했다.
경기 직전 라커룸에서 농담을 하기도 했다. "만약 강 감독이 오늘 이기고 다음 경기에서 지면 내가 팰거다. 오늘 이기면 다음에도 꼭 이기라고 전해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전날 술자리에서 "최다연승을 확정지은 뒤 주전들의 체력조절을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상태였다. 한마디로 농담이었다.
동부가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14일 부산 KT전에 앞서, 허 감독은 강 감독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허 감독은 "강 감독에게 하여튼 우승은 전주(18일) 오기 전에 끝내라고 했다. 안 그러면 죽인다고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14일 KT전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자 '축하한다. XX야'라고 욕설담긴 '친근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강 감독은 경기 전 이런 얘기에 대해 "그 형의 그런 농담이 나를 편하게 한다"고 미소짓기도 했다. 결국 이날 동부가 KCC를 86대71로 대파했지만, 두 감독은 서로를 격려하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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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주성과 윤호영은 올 시즌 체력관리와 부상방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동부의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잔부상이 많은 두 선수는 매 경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그들은 냉정했다. 윤호영은 "감독님이 연승에 대해 신경쓰지 말라고 강조한 부분도 있고, 실제 우리도 연승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16연승을 달성한 뒤에도 기쁘기 보다는 이제 부담감이 없어져서 기뻤다"고 했다.
김주성 역시 "거기(연승)에 대해 선수들끼리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단지 내가 고참이기 때문에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힘든 티를 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 윤호영은 많이 힘들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부터 설사증상이 지금까지 없어지지 않는다. "뚜렷한 이유를 모르겠다. 밥도 잘 못 먹고 코트에서 뛰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강 감독은 다음경기부터 주전들의 체력조절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호영은 "이제 최다연승을 했으니 그런 부담감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 김주성도 "이제 좀 더 부담없이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