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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솔직 인터뷰 "동근이형 의식 했냐고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1-31 12:43



"양동근을 의식하고 경기를 펼쳤는가." 기자가 작심하고 물었다. 김태술도 기다렸다는 듯이 솔직하게 답했다. "1, 2라운드 때는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5라운드 경기는 절대 아니었다. 그 때는 오직 팀 승리만 생각했다."

김태술은 KGC의 심장과 같은 선수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KGC 선수들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기를 조율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전 "멤버가 좋다고 반드시 성적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심을 받았지만 현재 2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도 김태술의 역할이 컸다. 이는 "2년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는 이상범 감독의 말로 증명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감독의 독설 "네가 경기를 망쳤다."

그런 이 감독이 시즌 내내 칭찬을 하던 김태술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 때는 지난 19일. 안양 모비스전에서 70대71로 석패한 후 "김태술이 경기를 망쳤다"며 격분했다. 김태술은 이날 경기에서 유독 득점에 집착하고 무리한 플레이를 일삼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 감독은 "리그 최고라고 인정받는 양동근을 넘어보겠다고 뭔가 해보려 한 것 같은데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며 제자를 나무랐다.

김태술은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솔직하게 얘기하겠다. 프로에 오랜만에 복귀하자마자 치른 1, 2라운드에는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부분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19일 경기는 정말 동근이형을 의식하지 않았다. 팀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는 5라운드 경기였다.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어떻게 하면 경기를 이길까'라는 생각 만으로 뛰었다"고 답했다. 슛이나 돌파가 유독 많았던 것에 대해서는 "모비스 수비가 너무 좋아 쉽사리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내 시야가 좁았던 탓일 수도 있지만 그 경기에서는 내가 득점에 조금 더 가담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술의 설명을 듣고보니 그의 말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팀이 승리해야 최고 포인트가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공개적으로 자신을 질책한 이 감독에게 서운하지는 않았을까. 김태술은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내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었다"고 했다. 김태술이 제 모습을 찾자 KGC는 곧바로 SK, KT를 연파하며 2연승을 거두고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았다. 김태술은 이어 "감독님께서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나에게는 은인같은 분이다. 병역 의무를 마치고서도 이렇게 내가 풀시즌을 치를 수 있는 것 자체가 감독님께서 나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신 덕분"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 감독은 3년 전 리빌딩을 선언하며 가장 먼저 팀의 간판인 주희정을 SK에 보내고 김태술을 데려오는 대결단을 내렸다. 주위에서 "6강 보증수표인 주희정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이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태술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술은 욕심이 많은 선수다. 포인트가드로서 최고 자리에 오르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단다. 김태술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인정받으려면 결국 팀이 승리해야 한다. 내 득점, 어시스트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남은 정규리그 경기, 그리고 다가올 플레이오프에서는 우리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렇게 한층 성숙한 김태술의 존재가 든든한 KGC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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