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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연패 경험한 SK 문경은 감독 "연기 해야 했다"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2-01-02 14:42


SK 문경은 감독대행은 늘 '스마일 페이스'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걸쭉한 농담도 잘해 농구계에선 '빅마우스'로 통한다. 그랬던 문 감독이 한달 넘게 속앓이를 겪었다. 예상치 못한 외국인 선수 알렉산더 존슨의 부상으로 연패에 빠졌기 때문. 존슨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9연패를 당했고, 단독 5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29일 오리온스를 상대로 69대66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지긋지긋한 연패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포워드 김민수가 또 부상을 당해 경기 출전이 어려워졌고, 이틀 뒤인 31일 6강 경쟁팀인 모비스에게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1일 삼성과의 경기를 다시 승리로 장식하며 한숨을 돌린 문 감독은 2일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태어나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것 같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토로했다.

농구대잔치가 탄생시킨 '오빠 부대' 원조 멤버인 문 감독은 현역 시절 대한민국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미국 영화배우 실베스타 스탤론과 닮은 외모 때문에 스탤론이 주연한 영화 람보를 응용한 '람보 슈터'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다. 지난 2009-2010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문 감독은 2010-2011 시즌부터 SK 2군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신선우 감독을 대신해 1군 감독대행으로 임명됐다. 여기까지는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경험하는 프로 리그는 녹록지 않았다. 문 감독은 "선수때도 연패를 경험했지만 차원이 다르다. 구단과 주변 지인들의 기대치 등을 생각하면 감독으로서 느끼는 중압감은 선수때와 비교해 100배는 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연패에 들어가면서 문 감독은 지인들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답답해 농구 선배나 아는 분들을 만나 조언을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사람들을 만나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실수를 할 것 같았다. 또 감독으로서 혼자 삭여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문 감독은 "감독도 사람인지라 경기에서 지고 나면 선수들에게 화도 나고 실망도 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표현해 버리면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 중심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연패중엔 일부러 연기를 해야 했다. 내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지만 코치들과 선수들에겐 내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운 점도 많았다고 한다. 문 감독은 "사실 시즌에 앞서 팀을 맡은 뒤에 성적을 떠나 SK 팀 컬러를 바꾸는 게 나의 목표였다. 선수들이 승패를 떠나 악착같이 뛰어다니는 농구를 하고 싶었다"며 "지금 SK는 내가 원하는 팀 컬러로 많이 바뀌었다. 그런 과정에서 성적이 나니까 나부터 욕심을 냈다"며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팀을 만드는데 더욱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젠 감독이 예전처럼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농구가 왜 절실한지를 스스로 느끼게끔 만들어야 한다"며 "젊은 감독이라 이제까지 선수들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연패 과정에서 아직도 선수들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남은 시즌 성적을 떠나 최선을 다하는 SK 나이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SK 나이츠 문경은 감독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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