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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신한은행 덕분에 더욱 재밌어진 여자 프로농구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11-17 14:32


◇지난 7일 안산 와동체육관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우리은행전에서 신한은행 하은주(가운데)가 볼을 잡자 우리은행 배혜윤(왼쪽)과 양지희가 막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팀이 여자농구 흥행을 이끄는 것 맞죠?"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은 16일 삼성생명과의 연장 혈전 끝에 승리를 거둔 후 허탈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보통 만년 하위팀이 상위팀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키는 것은 상당한 흥행요소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신한은행이 딱 그런 케이스. 지난 시즌까지 통합 5연패를 달성하며 여자 프로농구의 절대강자로 불려 '레알 신한'이라고까지 불렸던 신한은행은 요즘 나머지 5개팀의 거센 도전에 시달리고 있다.

팀의 대들보였던 전주원과 진미정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고, 정선민은 KB스타즈로 이적했다. 무려 3명의 주전이 한꺼번에 빠지고 주로 식스맨으로 활약했던 김단비, 이연화, 김연주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전력 약화는 어쩔 수 없다. 벌써 수년째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최하위 순번이다보니 괜찮은 신인을 수혈할 기회도 없었다. 이렇듯 신한은행의 전력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올시즌 여자농구는 춘추전국시대라 불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10경기를 치르면서 8승2패를 기록, 예년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이날 삼성생명전을 포함해 10경기 가운데 무려 3경기를 연장전까지 치러야 했다. 임 감독은 "통합 5연패를 하는동안 시즌 초반에 이렇게 많은 연장전을 치르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최하위인 우리은행과는 2번 만나 막판까지 공방전을 펼치다 겨우 승리를 따내는 걸 반복하고 있다. 삼성생명전에서도 1쿼터에 상대가 이미선, 박정은, 김계령 등 주전 3인방을 모두 빼고 식스맨들로 나섰음에도 우위를 잡지 못하고 15-24로 뒤지는 바람에 막판까지 끌려가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주장 강영숙이 "매 경기가 마치 결승전 같다. 상대팀 선수들의 눈빛부터 다르다"라며 "우리은행과 18일 올 시즌 3번째로 맞붙는데,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그러나 다른 팀들은 여전히 신한은행을 최강팀으로 꼽고 있다. 통합 5연패라는 경험과 자신감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없는 자산인데다, 식스맨에서 벗어나 올 시즌 만개한 기량을 뽐내는 늦깎이 이연화처럼 앞서간 선배들의 플레이를 하나하나 지켜봤다는 것은 신한은행 벤치멤버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국내 최장신 센터 하은주를 승부처에서 활용할 수 있고, 강영숙과 최윤아 등 우승 멤버들도 건재하다. 피를 말리는 혈전 끝에 집중력을 발휘, 결국 승리를 따내는 것에서도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임 감독은 "한 시즌 내내 편안한 경기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힘은 들지만 계속된 연장전을 통해 어린 선수들이 많이 느끼고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약세 덕에 더 흥미진진해져서인지 여자농구를 중계하는 SBS ESPN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시즌 동기 대비 평균시청률이 2.5배 상승한 평균 0.355%를 기록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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