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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려졌던 추일승 감독의 오리온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올시즌 유례없는 대혼전이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약체로 지목됐던 오리온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라진 오리온스는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오리온스의 모든 공격은 윌리엄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모비스 때와 같이 윌리엄스가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으면 나머지 선수들이 코트 사방으로 넓게 퍼졌다. 오리온스가 1대1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 나머지 4명의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컷트인에 의한 골밑 득점, 외곽슛 등 다양한 공격루트가 개척됐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본인이 직접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윌리엄스 특유의 훅슛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2m7의 로드 벤슨도 쉽게 막아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또 포인트가드 못지 않은 게임조율 능력도 보여줬다. 본인이 김학섭, 박유민 대신 공을 몰고 올라가 작전을 지시하는 등 가드 역할까지 소화했다. 3쿼터 이동준, 허일영에게 연속으로 찔러준 속공 백도어 패스는 웬만한 가드 이상의 모습이었다.
오리온스가 강해진 것은 윌리엄스 때문 만은 아니었다. 국내선수들도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이번 시즌 주장으로 선임된 슈터 전정규는 정확한 외곽슛과 과감한 돌파로 추 감독을 흐뭇하게 했고 약점이라던 가드진의 김학섭, 박유민도 윌리엄스 덕에 부담을 덜었는지 자신들의 장기인 빠른 돌파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최진수의 공도 컸다. 공격에서는 이렇다할 모습을 못보여줬지만 중요할 때마다 리바운드를 책임졌다. 오리온스가 경기 초반 상대 센터진에 밀렸지만 결국 경기를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은 최진수를 비롯한 선수들의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이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초반 드러났 듯 낮은 높이는 시즌 내내 오리온스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