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베일 벗은 '추일승의 오리온스' 만만치 않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10-03 17:11


3일 고양 오리온스와 원주 동부의 프로농구 시범경기가 고양 체육관에서 벌어졌다. 고양 오리온스 선수들이 동부에 75대71로 승리한 후 손을 모아 파이팅을 하고 있다.
 고양=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베일에 가려졌던 추일승 감독의 오리온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올시즌 유례없는 대혼전이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약체로 지목됐던 오리온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라진 오리온스는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용병 크리스 윌리엄스가 있었다. 2006-2007 시즌 모비스에서의 활약을 뒤로하고 KBL을 떠났던 윌리엄스는 자유계약으로 바뀐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오리온스의 부름을 받았다. 사실 오리온스의 선택에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았다. 출중한 기량을 검증 받았던 것은 확실하나 4년이란 시간이 흘러 한국나이로 32세가 됐기 때문에 노쇠했을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 여기에 키가 1m94 밖에 되지 않아 키가 큰 용병들을 보유한 다른 팀들에 골밑에서 절대적인 열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시범경기에서 윌리엄스는 이런 걱정을 완전히 불식시켰다. 윌리엄스는 22득점 15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급 활약으로 팀의 75대71승리를 이끌었다. 모비스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던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오리온스의 모든 공격은 윌리엄스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모비스 때와 같이 윌리엄스가 하이포스트에서 공을 잡으면 나머지 선수들이 코트 사방으로 넓게 퍼졌다. 오리온스가 1대1 공격을 시도하는 순간 나머지 4명의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찬스를 만들어냈다. 컷트인에 의한 골밑 득점, 외곽슛 등 다양한 공격루트가 개척됐다.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본인이 직접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윌리엄스 특유의 훅슛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2m7의 로드 벤슨도 쉽게 막아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또 포인트가드 못지 않은 게임조율 능력도 보여줬다. 본인이 김학섭, 박유민 대신 공을 몰고 올라가 작전을 지시하는 등 가드 역할까지 소화했다. 3쿼터 이동준, 허일영에게 연속으로 찔러준 속공 백도어 패스는 웬만한 가드 이상의 모습이었다.

오리온스가 강해진 것은 윌리엄스 때문 만은 아니었다. 국내선수들도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이번 시즌 주장으로 선임된 슈터 전정규는 정확한 외곽슛과 과감한 돌파로 추 감독을 흐뭇하게 했고 약점이라던 가드진의 김학섭, 박유민도 윌리엄스 덕에 부담을 덜었는지 자신들의 장기인 빠른 돌파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최진수의 공도 컸다. 공격에서는 이렇다할 모습을 못보여줬지만 중요할 때마다 리바운드를 책임졌다. 오리온스가 경기 초반 상대 센터진에 밀렸지만 결국 경기를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은 최진수를 비롯한 선수들의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이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초반 드러났 듯 낮은 높이는 시즌 내내 오리온스를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추 감독은 "오리온스가 예상 외로 탄탄하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라는 말에 "우리가 특별히 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수들이 시즌을 앞두고 다른 팀에 비해 두 달 먼저 훈련을 시작하는 등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좋은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고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