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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3일. 키움과의 개막 2번째 경기를 보기 위해 라이온즈파크를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은 행복했다.
연습경기, 시범경기와 정규 시즌 경기는 전혀 다르다. 상대 타자들이 컨디션 점검이 아닌 집중력을 가지고 들어선다. 캠프와 시범경기까지 잘 하던 루키가 데뷔전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빈번한 이유.
하지만 배찬승은 달랐다. 캠프, 시범경기 때보다 더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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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볼 기회가 없었다. 1이닝 3타자를 공 8개 만에 삼자범퇴로 순삭했다. 2017년 LG 고우석 이후 8년만의 데뷔전 홀드.
단 8개의 공. 구위는 강력했다. 직구 5개 모두 150㎞를 넘겼다. 최고구속을 데뷔전에서 경신했다. 155㎞. 푸이그를 상대로 던진 두번째 공이었다. 헛스윙을 이끌어낸 최고 141㎞ 슬라이더도 빠르고 날카로웠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153㎞의 강력한 몸쪽 공으로 박주홍의 배트를 산산조각 냈다. 루키 시절 오승환의 대포알 직구를 보는 듯 했다.
1사 후 만난 푸이그에게 초구부터 이날 최고 구속인 155㎞를 거침없이 뿌렸다. 타이밍이 늦으며 파울. 타석을 벗어난 푸이그가 살짝 놀라며 미소를 지었다. 광속구 뒤에 붙는 위력적인 슬라이더로 푸이그, 이주형 등 키움 최고 강타자들을 힘없는 범타로 처리했다.
라팍의 삼성 팬들이 놀라움 속에 공 하나 하나에 탄성과 함성을 지르며 괴물 루키의 탄생을 '즐감'했다. 배찬승도 "야구하면서 이렇게 많은 환호를 받은 게 처음이어서 너무 기분이 많이 좋았던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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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팬들은 펑펑 터지는 홈런 만큼이나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슈퍼루키의 광속구를 보고 싶어 야구장을 찾는다.
하지만 정작 배찬승은 등판 기회가 많이 없다. 접전상황이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아서다. 개막 3연승은 타선 대폭발로 크게 이겼고, 26일 NC전은 큰 점수 차로 밀리다 막판 추격하면서 6대8로 패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22일 개막전에 배찬승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꼈다"고 했다. 삼성 불펜 투수 중 구위만 놓고 보면 최고인 투수. 아껴쓰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이브 상황이 거의 없는 것 처럼 홀드 상황도 많지 않다. 지금처럼 타선이 활활 타오를 경우 배찬승은 '강제휴식'이 이어질 수도 있다. 컨디션 유지 차원의 등판을 제외하고는 등판할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배찬승의 투구를 지켜본 많은 전문가들은 "불펜으로 쓰기 아깝다"고 말한다. 박진만 감독도 "궁극적으로 선발로 가야할 선수"라고 언급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배찬승은 "저 선발도 좋습니다. 하고 싶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박진만 감독은 배찬승의 데뷔전을 지켜본 뒤 "구위도 좋았지만, 마운드 위에서 기존 선수들 보다도 더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믿음직스럽다"고 했다.
불펜에서 각종 위기 상황을 겪어보고 훗날 선발로 전환하면 삼성은 물론, 젊은 좌완 선발이 부족한 한국야구 대표팀까지 단비가 될 수 있는 재목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