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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노력은 역시 배신하지 않는다.'
실력과 행운이 함께 따른 개막 엔트리 합류였다.
배지환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기간 4할대 맹타를 휘두르며 데릭 쉘튼 피츠버그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원래 배지환은 개막 엔트리 승선 후보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탓.
때문에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바닥부터 다시 테스트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주전자리는 너무 높은 목표였고, 일단 백업으로라도 개막 엔트리에 승선하는 게 최고 목표였다.
스프링캠프 초중반까지 현지 분위기는 배지환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MLB닷컴과 피츠버그 지역매체는 스프링캠프가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 피츠버그의 개막 엔트리 예상명단을 발표했는데, 배지환의 이름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반응은 차갑기만 했다.
하지만 배지환은 이에 아랑곳없이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며 점차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바꿔나갔다. 결국 배지환은 점차 '외야 백업 경쟁후보'로 부상했고, 메이저리그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2022년 19개, 2023년 26개)을 친 거포형 외야수 잭 스윈스키(27)와 외야 백업 엔트리를 두고 경쟁을 펼치게 됐다.
쉘튼 감독은 팀내 타율과 안타, 2루타 1위를 기록한 배지환을 점점 눈 여겨 보기 시작했다. 결국 시범경기 막판에는 스윈스키와 배지환을 번갈아가며 선발로 투입했다. 선발이 아닌 선수는 경기 후반 대타로 투입하는 식으로 두 선수를 집중적으로 교차 비교했다.
이에 따라 22일 보스턴전에는 스윈스키가 8번 중견수로 나왔고, 23일 볼티모어전에는 배지환이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어 24일 토론토전에는 스윈스키가 5번 중견수로 선발출격했다.
시범경기 최종일인 25일에는 예정대로 배지환이 선발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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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지환은 '최종 수능'은 망쳤다. 2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4할대의 타율도 0.381(42타수 16안타)로 떨어졌다. 배지환의 2025 시범경기 최종성적은 20경기 출전, 타율 0.381(42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13득점, 3도루 OPS 1.017이었다. 배지환의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최고 성적이었다.
확실히 메이저리그 붙박이 투수들이 던지는 90마일 후반대의 강속구와 타이밍을 뺐는 오프스피드 피치에 대해서는 좀 더 적응이 필요하다는 게 드러난 경기였다. 배지환은 자신처럼 메이저리그 진입을 노리는 마이너리트 트리플A급 투수들의 공은 무섭게 쳐냈다. 덕분에 타율도 4할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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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전 부진 때문에 배지환의 개막엔트리 진입에 적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끝내 배지환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이날 경기 후 피츠버그 구단은 5명의 선수를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낸다고 발표했다. 우완투수 토마스 해링턴과 카슨 풀머, 버치 스미스, 태너 레이니, 그리고 1루수 겸 외야수 DJ 스튜어트가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행을 지시받았다. 스튜어트는 당초 개막엔트리 진입이 유력하다고 평가받았던 선수다.
배지환은 제외됐다. 사실상 개막엔트리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한 가지 행운이 따랐다. 피츠버그가 지난해 12월 영입한 1루수 주전요원 스펜서 호위츠가 2월 중순 오른쪽 손목 수술을 받으면서 재활을 진행중이다. 호위츠가 부상자 명단(DL)에서 개막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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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지역매체인 피츠버그 가제트는 이에 대해 "스튜어트가 마이너리그 캠프로 가면서 배지환과 스윈스키가 최종적으로 개막로스터 두 자리를 얻게 됐다"면서 "배지환은 시범경기 기간 16안타, 13득점으로 각각 팀내 1위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찬사를 보냈다.
개막 엔트리 승선에는 약간의 운이 따랐지만, 싸늘했던 현지 매체의 평가마저 바꾼 건 순전히 배지환의 노력이 만든 변화다. 하지만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부진하면 바로 마니어리그행을 통보받을 수 있다. 과연 배지환이 어렵게 얻은 메이저리그 승선 기회를 어떻게 살려나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