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차로 FA 불발 됐는데' 하늘이 FA를 점지한다고?…똑 같은 풀타임인데 다른 등록 일수 '미스터리' [1000만 KBO리그, 기록의 사각지대①]

이종서 기자

기사입력 2025-03-24 00:16 | 최종수정 2025-03-24 13:10


'하루차로 FA 불발 됐는데' 하늘이 FA를 점지한다고?…똑 같은 풀타임…
롯데 자이언츠 김민성. 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

프로스포츠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2024 프로야구. 2025년은 더 크게 흥행할 조짐이다. 개막 시리즈부터 역대 최초 이틀 연속 전 구장 만원 기록을 세우며 '역대급' 흥행 가도를 시작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포츠 문화로 자리매김 한 프로야구. 지속가능한 성장과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 만큼 질적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 자칫 화려함에 취해 본질적인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스포츠조선이 2025 시즌 개막을 맞아 규정이나 기록 등 개선이 시급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3차례 시리즈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하루 차이로 FA 신청 자격이 날아갔다. 하늘이 무너질 법한 억울함. 방치하면 언제든 또 나올 수 있다.

2017년 김민성(37·롯데 자이언츠)은 KBO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 단 '하루'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2007년 롯데에 입단한 김민성은 2010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됐다.

넥센은 롯데에 황재균을 보내고 김민성과 김수화를 받는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BO에 승인 요청을 했지만, 서류 부족 등을 이유로 공시를 유예했다. 트레이드 발표일은 7월20일, 승인은 이틀 뒤인 22일에 이뤄졌다.


당시 넥센은 현금 트레이드로 논란이 많았다. 2008년 장원삼을 삼성 라이온즈에 현금 트레이드를 하려다가 KBO로부터 제지 당했고, 2009년에는 3건의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했다.

승인 보류로 인해 등록이 늦어진 김민성은 2010년 1군 등록 일수를 138일로 마쳤다. 2007년 1군 등록 일수 6일과 합쳤지만, 144일로 FA 1시즌 요건(145일)에 딱 하루가 부족하게 됐다.

김민성은 선수협회를 통해 "KBO가 트레이드 승인을 늦게 하면서 선수가 피해를 봤다. 부족한 등록 일수 1일을 인정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기각하며 KBO 손을 들어줬다. 결국 2018년 한 시즌을 더 뛰고 FA 자격을 얻은 김민성은 사인&트레이드로 3년 총액 23억원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처럼 등록 일수 하루는 선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KBO리그 등록 일수는 소속 구단마다 제각각이다.

지난해 KBO리그 144경기를 모두 뛴 선수는 총 5명. 문보경 박해민(이상 LG) 강백호, 멜 로하스 주니어(이상 KT) 빅터 레이예스(롯데)다. 한 시즌을 전부 뛰었지만 1군 등록된 기간이 각각 달랐다. LG와 KT는 190일, 롯데는 193일이었다. 1군 엔트리 말소 없이 142경기를 소화한 송성문(키움)의 등록일수는 192일. 역시 1군 말소 없이 모두 뛴 한화 이도윤의 등록 일수는 191일이다.


'하루차로 FA 불발 됐는데' 하늘이 FA를 점지한다고?…똑 같은 풀타임…
롯데 빅터 레이예스 등록일수. KBO홈페이지 캡쳐

'하루차로 FA 불발 됐는데' 하늘이 FA를 점지한다고?…똑 같은 풀타임…
LG 문보경 등록일수. KBO홈페이지 캡쳐
소속팀 경기가 끝난 시점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는 NC와 10월1일까지 경기를 했다.

예정된 정규시즌 종료 일정은 9월28일. 그러나 우천으로 인해 29일 NC-한화, 30일 NC-KIA, 키움-SSG, 10월1일 롯데-NC의 경기가 있었다. SSG와 KT의 5위 결정전 경기가 있었지만, 이는 등록 일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FA 취득 방법이 KBO리그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1군 정규시즌 일자는 187일로 모두 동일하다. 이 중 172일을 채울 경우 서비스 타임 1년을 얻게 된다.


'하루차로 FA 불발 됐는데' 하늘이 FA를 점지한다고?…똑 같은 풀타임…
2024 리얼글러브 어워드가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렸다. 전임 회장 김현수와 제13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 양현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2.01/
취재 결과 선수협은 오래 전부터 한 시즌 등록 일자를 균등하게 맞추자고 KBO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수협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가장 늦게 끝나는 팀으로 맞춰야 한다고 이야기 했지만, KBO에서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제는 144경기를 뛴 선수가 아니다.

시즌 중간 같은 날 등록돼 마지막까지 소화한 경우 단순히 날씨 때문에 FA 취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선수 한명은 144일로 FA 1년 기준을 단 하루 차로 채우지 못한 채 시즌을 마칠 수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미뤄진 경기로 인해 145일 기준을 채우게 될 수 있다. 145일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기존 등록일을 합쳐서 계산하는 과정에서 하루나 이틀 부족으로 '제 2의 김민성'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FA를 1년 먼저 하느냐, 늦게 하느냐는 선수의 가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당연히 몸값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구단으로서는 하루 차이로 갑작스럽게 FA 선수가 나와 한 시즌 예산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앞으로도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안일한 인식이 억울한 피해 선수를 만들 수 있다. 형평성을 담보할 확실한 기준과 제도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 KBO 구단별 1군 풀타임 주요 선수 등록일수

이름=소속구단=출전경기수=등록일수

레이예스=롯데=144=193

서호철=NC=141=193

송성문=키움=142=192

김도영=KIA=141=192

박성한=SSG=137=192

이도윤=한화=134=191

문보경=LG=144=190

강백호=KT=144=190

양석환=두산=142=190

강민호=삼성=13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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