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냉동창고 알바 신화 다시 쓰나…KBO 1위 찍고 재계약 불발, 비운의 '사직 예수' 美 재도전한다

김민경 기자

기사입력 2025-01-29 07:22


냉동창고 알바 신화 다시 쓰나…KBO 1위 찍고 재계약 불발, 비운의 '…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롯데 윌커슨.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28/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사직 예수' 우완 애런 윌커슨(35)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 발판을 마련했다.

MLB네트워크의 존 모로시 기자는 28일(이하 한국시각) "오른손 투수 윌커슨이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윌커슨은 신시내티 산하 트리플A팀에서 선발투수 또는 롱릴리프로 새 시즌을 맞이할 전망이다.

윌커슨은 지난 시즌을 마쳤을 때만 해도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이 유력해 보였다. 윌커슨은 지난해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무려 196⅔이닝을 책임지면서 12승8패, 167탈삼진, 평균자책점 3.84로 활약했다. 이닝 1위에 오르며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줬고, 퀄리티스타트는 18차례로 리그 4위에 올랐다. 사직 예수로 불리며 팬들에게 사랑받기 충분한 성적이었다.

윌커슨이 지난해 롯데와 재계약한 금액은 총액 95만 달러(약 13억원)였다. 몸값이 100만 달러(약 14억원)도 넘지 않는 선수가 리그 에이스급 책임감을 마운드에서 보여줬으니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롯데는 냉정하게 움직였다. 좌완 찰리 반즈와 총액 150만 달러(약 21억원)에 재계약하면서 새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총액 95만 달러에 영입했다. 반즈는 지난해 부상 여파로 25경기 9승6패, 150⅔이닝, 171탈삼진, 평균자책점 3.35에 그쳤으나 건강했을 때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윌커슨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또 반즈는 1995년생, 데이비슨은 1996년생으로 윌커슨보다 6~7살이 어리다. 윌커슨은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롯데를 떠나야 했다.

윌커슨은 2023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산하 트리플A팀에서 뛴 이후 2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2019년이 마지막이다. 신시내티와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선수 생명을 이어 가면서 6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냉동창고 알바 신화 다시 쓰나…KBO 1위 찍고 재계약 불발, 비운의 '…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롯데의 경기. 선발 투구하고 있는 롯데 윌커슨.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22/

냉동창고 알바 신화 다시 쓰나…KBO 1위 찍고 재계약 불발, 비운의 '…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 롯데가 한화에 승리하며 5연승을 질주했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롯데 김태형 감독.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28/
윌커슨은 이미 미국에서 인간 승리 드라마를 집필해 눈길을 끌었던 선수다. 그는 대학 시절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은 탓에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집 근처에 있는 슈퍼마켓 냉동창고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 미국 독립구단에서 뛸 기회를 얻었고, 201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하는 드라마를 썼다. 2017년 밀워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다. 2019년까지 빅리그 통산 3시즌 성적은 14경기, 1승1패, 35⅓이닝, 평균자책점 6.88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어도 윌커슨은 야구선수로서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업적을 이뤘다. 2022년에는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하며 해외리그에 처음 도전했고, 2023년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오클랜드에서 방출되면서 롯데에 대체 외국인선수로 시즌 도중 합류할 수 있었다. 윌커슨은 2023년 시즌 13경기에서 7승2패, 79⅔이닝, 81탈삼진, 평균자책점 2.26으로 맹활약하며 지난해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올해는 좋은 성적을 내고도 짐을 싸야 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롯데는 데이비슨을 새로 영입하고, 반즈와 재계약하면서 새 시즌 외국인 투수 2명을 확정했다. 그러면서 윌커슨이 롯데로 돌아갈 수 없는 게 분명해졌다. KBO 구단은 외국인 투수를 2명으로 제한하고, 한국인이 아닌 선수는 3명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고 윌커슨이 한국에 잔류하지 못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나이 30대 후반이 된 윌커슨이 메이저리그에서 다시 성공기를 쓰기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윌커슨은 냉동창고 알바 성공 신화를 썼던 것처럼 다시 한번 기적을 노래할 수 있을까.


냉동창고 알바 신화 다시 쓰나…KBO 1위 찍고 재계약 불발, 비운의 '…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롯데 윌커슨이 숨을 고르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8.29/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