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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LA 다저스가 1라운더 개빈 럭스(28)를 트레이드하는 결단을 내렸다. 최근 김혜성(26)을 영입한 여파라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계약 규모가 그럴 만했다. 다저스는 김혜성에게 3년 총액 1250만 달러(약 182억원)가 보장되고, 2028~2029년 2년 계약을 연장하는 구단 옵션을 발동하면 최대 2200만 달러(약 320억원)을 받는 계약을 안겼다. 단순히 계약 규모만 봐도 주전을 보장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31) 한 명에게만 10년 7억 달러(약 1조212억원)를 쏟아붓는 등 선수단에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구단이다. 몸값 순위에서 김혜성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미국 언론은 김혜성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동시에 다저스가 럭스를 트레이드 하면서 교통정리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을 동시에 내놨다. 럭스는 다저스가 2016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뽑아 키운 유망주였다. 무릎 부상으로 2023년 시즌을 통째로 날린 이후 부진하긴 했지만, '설마'라는 시선이 더 많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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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김혜성에게는 큰 호재다. 김혜성이 MVP 타자인 베츠를 밀어내기 어렵다고 봤을 때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2루수 럭스였다. 구단이 먼저 가장 큰 걸림돌을 치워주면서 김혜성이 빅리그 무대에 조금 더 쉽게 안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일단 김혜성은 안정적인 수비력을 증명해야 한다. 미국 언론은 김혜성이 KBO 역대 최초로 유격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한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오직 수비로만 수상자를 결정하는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와는 선정 기준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를 안고 있던 럭스보다는 나을 것이란 기대를 품기에 충분하다.
브랜든 고메스 다저스 단장은 김혜성과 계약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정말 재능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켜보겠다. 지난해 우리가 부상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다양한 포지션 커버가 가능한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김혜성은 서울시리즈 평가전에서 빼어난 운동 능력과 폭발력을 보여줬다. 발도 매우 빠르고, 여러 포지션에서 좋은 수비력을 갖췄으며 타격에도 장점이 있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내야수로 인정받는 김하성(30)이 처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주전으로 올라섰을 때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경쟁자이자 주전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6)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손목 골절로 이탈하는 동시에 금지 약물 복용으로 8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것. 한 시즌 통째로 주전 유격수를 잃은 샌디에이고는 빈자리를 백업이었던 김하성으로 채울 수밖에 없었는데, 덕분에 김하성은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며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2023년에는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빅리그에 완벽히 적응했다.
김혜성을 향한 다저스의 기대감은 럭스 트레이드로 이어졌다. 김혜성은 2022년 김하성처럼 본인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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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