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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182승' 좌완 레전드, 단장→단장 겸 감독→SD→단장 복귀, 41세 감독은 1년 만에 경질[민창기의 일본야구]

민창기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1-07 07:27 | 최종수정 2025-01-07 07:50


철밥통 '182승' 좌완 레전드, 단장→단장 겸 감독→SD→단장 복귀, …
LA 다저스 시절의 이시이(오른쪽)와 최희섭. 스포츠조선DB

철밥통 '182승' 좌완 레전드, 단장→단장 겸 감독→SD→단장 복귀, …
41세에 사령탑에 올라 1년 만에 경질된 이마에 전 라쿠텐 감독. 라쿠텐은 지난해 퍼시픽리그 6개팀 중 4위를 했다. 사진캡처=라쿠텐 이글스 SNS

라쿠텐 이글스는 지난 3년간 B클래스(6개팀 중 4~6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퍼시픽리그 4위를 했다. 성적은 안 나는데 불협화음이 심하다. 이번 오프 시즌에 감독을 경질하고, 팀을 대표하는 간판선수를 내쳤다. 이 때문에 라쿠텐 출신 지도자들과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또 특정 선수가 동료 선수를 괴롭히고 이를 방관하는 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이마에 도시아키 감독(42)이 해임 통보를 받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책임을 물었다. 41세 젊은 지도자를 내세웠다가 한 시즌 만에 과감하게 정리했다. 속투가 어렵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이어졌다.

이마에 감독 입장에선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특급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시즌을 끌어갔다. 그렇다고 팀 성적이 바닥까지 내려간 것도 아니다. 센트럴리그와 인터리그(교류전)에서 창단 첫 우승을 했다. 좋은 흐름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으나 1년차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미키타니 히로시 구단주(60)는 참을성이 부족했다.

지난 20년간 무려 10명의 감독이 거쳐갔다. 이 중 6명은 1년으로 단명했다. 이마에 감독의 계약 기간은 2년이었다. 미키타니 구단주의 독단적인 운영 방식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라쿠텐 감독 출신 야구인은 "선수들은 1년이면 사라지는 감독, 코치 말을 신경 쓰지 않는다. 최소한 3년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니혼햄 파이터스와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된다. 2022~2023년 2년 연속 꼴찌를 한 니혼햄은 지난해 2위로 뛰어올랐다. 신조 쓰요시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 지원해 재도약에 성공했다. 주니치 드래곤즈는 다쓰나미 가즈요시 감독의 3년 임기를 지켜줬다. 3년 연속 꼴찌가 됐지만 끝까지 동행했다. 주니치 사례가 이례적이라고 해도, 라쿠텐의 잦은 감독 교체 또한 일반적이지 않다.

레전드 다나카 마사히로(37)가 라쿠텐을 등졌다. 지난 11월 말 연봉 삭감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다나카는 팀을 떠나면서 "새 팀을 못 찾더라도 라쿠텐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못을 받았다.


철밥통 '182승' 좌완 레전드, 단장→단장 겸 감독→SD→단장 복귀, …
미일 통산 197승을 기록 중인 다나카. 지난해 말 라쿠텐을 떠나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다. 사진캡처=라쿠텐 이글스 SNS
다나카는 2013년 라쿠텐을 창단 첫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핵심 전력이다. 팀을 정상에 올려놓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78승을 올리고 복귀했다. 당연히 라쿠텐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줄 알았는데 예상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야구 원로들 사이에서 "일본야구 발전에 크게 공헌한 레전드를 저렇게 보내면 안 된다"는 말이 나왔다. 리그 2연패를 노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움직였다. 미일 통산 '197승'을 기록 중인 다나카에게 손을 내밀었다. 라쿠텐이 제시했던 연봉 5000만엔의 세 배가 넘는 1억6000만엔에 계약했다.


팀이 부진에 빠지고 흔들려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고위 프런트가 있다. 미일 통산 '182승'을 거둔 투수 레전드 이시이 가즈히사(52)다. 7년 가까이 요직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시작했다. 좌완 이시이는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에서 4년을 던지고 야쿠르트에 복귀했다. 그는 2002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4승을 올렸다. 야쿠르트를 거쳐 2013년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은퇴했다.

그는 현장 경험 없이 2018년 9월, 라쿠텐 단장을 맡았다. 2021년 단장 겸 감독에 올라 전권을 쥐고 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2021년 3
철밥통 '182승' 좌완 레전드, 단장→단장 겸 감독→SD→단장 복귀, …
라쿠텐은 지난 시즌 직후 이마에 감독으 경질하고 미키 2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5년 만의 1군 사령탑 복귀다. 사진캡처=라쿠텐 이글스 SNS

철밥통 '182승' 좌완 레전드, 단장→단장 겸 감독→SD→단장 복귀, …
LA 다저스 시절 이싱. 2002년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14승을 올렸다. 스포츠조선DB
위를 하고, 2022~2023년 4위에 그쳤다. 그런데도 경질되지 않고 보직이 바뀌었다. 시니어 디렉터로 이동했다가 단장으로 돌아왔다. 구단주의 절대적인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라쿠텐은 지난해 말 미키 하지메 2군 감독(48)을 1군 사령탑으로 올렸다. 1군 감독으로 이시이 단장과 2020년 함께 했던 지도자다. 두 사람이 5년 만에 단장-감독으로 호흡을 맞춘다. 2020년 미키 감독의 라쿠텐은 4위를 했다. 시즌 후 미키 감독은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5년 만에 1군 복귀에 성공했다. 라쿠텐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시이의 단장 복귀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차갑다. 이마에 감독을 현장 복귀의 제물로 삼았다는 비판이 있다. 지도자, 구단 행정가로서 능력을 떠나 생존 능력이 대단하다.

라쿠텐의 올해 성적이 궁금하다.


철밥통 '182승' 좌완 레전드, 단장→단장 겸 감독→SD→단장 복귀, …
야쿠르트 시절 이시이. 스포츠조선DB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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