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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월드시리즈 디펜딩챔피언 팀의 주전 2루수,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니다. 손을 힘껏 뻗으면 잡을 수도 있는 상항이 됐다. 방망이 능력만 확실하게 입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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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김혜성의 당초 역할은 '유틸리티 내야수', 즉 백업용이었다. 브랜든 곰스 다저스 단장이 직접 "김혜성의 역할은 유틸리티"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전과 백업이 촘촘한 상황이라 엄밀히 말하면 '서브 백업'이었다.
그러나 김혜성의 입단 이후 다저스의 내부 상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럭스의 트레이드가 시발점이었다. 미국 현지에서도 상당히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저스 내야진의 활용법 자체를 흔드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혜성이 단순한 '유틸리티 내야수'의 역할에서 나아가 다저스의 주전 2루수를 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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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닷컴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다저스 전담 소냐 첸은 8일 '김혜성은 원래 슈퍼 유틸리티 역할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전 2루수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혜성을 영입한 뒤 럭스를 트레이드로 보내면서 센터 내야진 교통정리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갔다. 앞으로 더 많은 후속 움직임이 예상된다. 잠재적인 트레이드 후보자는 3명이다'라고 분석했다. 테일러와 로하스, 제임스 아웃먼도 트레이드로 떠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전망이 현실로 이뤄지면 김혜성에게는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럭스에 이어 테일러와 로하스 등 주전과 백업 2루 요원들이 모조리 떠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김혜성에게 주전 2루수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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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다저스의 선수단 개편 움직임이 김혜성에게 주전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저스의 여러 계획 중 하나일 뿐이다. 포스팅으로 나온 특급 투수 사사키 로키를 잡기 위해 지출 규모를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김혜성에게 천우신조의 기회가 온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낮게 평가받고 있는 타격 능력을 입증하는 일이다. 김혜성은 앞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키움 히어로즈 선배인 김하성이나 이정후에 비해 타격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SPN은 김혜성과 이정후의 KBO리그 성적을 비교하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정후는 타율 0.340, 출루율 0.409, 장타율 0.510, 57홈런, 46도루를 기록했다. 김혜성은 타율 0.306, 출루율 0.366, 장타율 0.398, 21홈런, 150도루를 달성했다. 이를 보면 왜 김혜성이 주전 스타일인 이정후보다 슈퍼 유틸리티에 가까운 지 확인된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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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혜성의 타격, 특히 장타력은 메이저리그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이스볼아메리카가 지난달 공개한 김혜성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콘택트 55, 장타력 30, 주루 70, 수비 55, 송구 40'으로 채워져 있다. 주루 능력은 평균을 훨씬 웃돌고, 콘택트와 수비력은 평균 레벨이지만, 장타력과 송구능력은 평균 이하라는 분석이다.
결국 김혜성이 다저스 2루 주전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수비력으로 승부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타격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장타력은 일시에 끌어올리기 힘들더라도 콘택트 능력에서 스카우팅 리포트의 평가를 상회하는 실력을 보여준다면 주전 확보의 가능성이 커진다. 김혜성이 스프링캠프가 열리기 전까지 할 일이 많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