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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 이도류(투타병행)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오타니의 데뷔 시절부터 미국 야구 전문가들은 '타자에 전념하라'고 충고하곤 했다. 당시 오타니의 잠재력은 '투수로는 준수한 선발투수, 타자로는 MVP를 노릴 수 있다'는 시선이 대세였기 때문.
그 예상을 뛰어넘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오타니가 '둘다 한꺼번에' 해낼 거라고 본 전문가가 거의 없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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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지난해 '타자' 오타니의 존재감도 상상을 초월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타자에만 전념한 오타니는 꿈의 기록이던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50(홈런)-50(도루)를 해내며 기어코 MVP를 품에 안았다. 타율 3할1푼에 54홈런 130타점 5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36의 말 그대로 미친 시즌이었다.
특히 '폭주'에 가까운 도루 시도에도 93.7%(63시도 59성공)에 달하는 성공률은 가히 경이적이다.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에만 집중하는 오타니의 힘을 보여줬다. MVP는 당연히 오타니의 것이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까지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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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타니 스스로 이미 리그 최상위 레벨에서의 투타병행이 얼마나 몸에 무리가 되는지는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말 그대로 한계 돌파다. 투수로서의 활약이 들쑥날쑥한 이유다. 오타니가 투수로서 규정이닝을 소화한 건 2022년 한번 뿐이다. 다른 선발투수들 또한 등판 후 4~5일간 몸관리에만 집중할 이유가 없다.
2023년 수술받은 팔꿈치의 후유증도 의문이다. 토미존(팔꿈치 인대 접합 재건 수술)의 재활 기간은 1년~1년 6개월이 보통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 기간 동안 160㎞를 넘나드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끊임없이 치고 달렸다.
급기야 월드시리즈에선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왼쪽 어깨에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또한 수술을 피하지 못했다.
오타니가 새해를 앞두고 "어쩌면 이도류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이유다. 일본 매체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역시 오타니의 은사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과의 대담에서 "오타니를 5월까지는 선발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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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면 오타니가 아직 밟지 못한 곳, 사이영상은 점점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오타니도 서른을 넘긴 이상, 스스로도 말했듯 투타 병행은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타자 쪽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올해부터 오타니는 키움 출신 내야수 김혜성이란 새로운 친구를 맞아들였다. 김혜성과 오타니가 보여줄 케미에 국내 팬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