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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 감사했어요" 무거운 짐 내려놓은 24세 고시엔 최고 스타, 프로 6년간 4⅓이닝 던지고 제2 인생[민창기의 일본야구]

민창기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12-30 09:30


"16년간 감사했어요" 무거운 짐 내려놓은 24세 고시엔 최고 스타, 프…
우완 가키기 렌은 오사카 도인고 2,3학년 때 2년 연속 봄, 여름 고시엔대회 본선 무대에 올랐다. 그는 에이스로 2018년 봄, 여름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사진캡처=가키기 렌 SNS

"16년간 감사했어요" 무거운 짐 내려놓은 24세 고시엔 최고 스타, 프…
가키기는 2018년 10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5지명으로 니혼햄에 입단했다. 3년 넘게 2군에 머물다가 2022년 1군에 데뷔했다. 사진캡처=가키기 렌 SNS

모두가 오르고 싶은 곳에서 가장 밝게 빛났지만 프로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방출된 우완 투수 가키기 렌(24)이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다. 그는 29일 자신의 SNS 계정에 '약 16년 간의 야구 선수 생활을 끝냈다. 16년간 야구를 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과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잘 부탁드린다'며 은퇴를 알렸다. 가키기는 중고등학교 시절과 니혼햄 소속으로 투구하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가키기는 야구 명문 오사카 도인고등학교 '황금세대'의 일원이었다. 2학년이던 2017년 봄, 여름 고시엔대회에 나가 던졌다. 여름 대회 오사카 예선에선 8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한 번도 밟기 어려운 고시엔 본선에 2학년 투수가 선발까지 맡았다. 그는 2018년 에이스로 봄, 여름 고시엔 대회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최고 시속 150km 강속구를 뿌렸다.

프로팀들이 오사카 도인고 '최강세대'를 주목했다. 우승 주역 4명이 고교 졸업 후 프로 선수가 됐다. 니혼햄이 가키기를 2018년 10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5순위 지명을 했다. 우완 네오 아키라가 주니치 드래곤즈 1지명, 좌완 요코가와 가이가 요미우리 자이언츠 4지명, 외야수 후지하라 교타가 지바 롯데 마린즈에 1지명으로 입단했다.

프로는 차원이 달랐다.

입단 후 3년 넘게 2군에 머물렀다. 중압감이 컸다. 2020년엔 입스까지 왔다.

입단 4년차. 마침내 1군 경기에 데뷔했다. 2022년 6월, 주니치 드래곤즈와 인터리그(교류전) 경기에 7회 나가 1이닝을 던졌다. 그해 4경기에 등판해 4⅔이닝을 소화했다. 홈런 1개를 포함해 2안타를 내주고 1실점했다. 4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2.08. 가키기가 1군에서 남긴 최종 성적이다.

1군에 데뷔한 2022년, 그해 시즌 종료 후 전력외 통보를 받았다. 구단은 정식선수가 아닌 육
"16년간 감사했어요" 무거운 짐 내려놓은 24세 고시엔 최고 스타, 프…
가키기는 니혼햄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다. 4경기에서 승패 없이 4.1이닝을 던지고 방출됐다. 사진캡처=가키기 렌 SNS
성선수 계약을 제안했다. 유니폼 등번호가 세 자릿수로 바뀌었다.


이후 1군 콜을 받지 못했다. 2023년 7월 말까지 2군에서 27경기에 출전해 3승1패,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했다. 프로 선수가 되고 컨디션이 가장 좋았다. 기대가 컸으나 육성선수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3년 말 두 번째 육성선수 계약을 했다. 올해는 부상이 있었다. 시즌이 끝나자 방출 통보가 날아왔다. 그는 "후회를 안 남기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소속팀 니혼햄은 올 시즌 퍼시픽리그 2위로 도약했다. 2년 연속 꼴찌의 굴레를 벗어던졌다.

마지막 기회를 노렸다. 지난달 14일 열린 일본프로야구 12개 구단 합동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두 타자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입단 제의는 없었다.

일본 독립리그와 사회인리그, 대만리그 팀에서 입단 제의가 왔다. 약 10개팀이 연락을 줬다고 했다.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는 냉철하게 돌아봤다. "2년간 프로 2군의 좋은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정식선수가 되지 못했다. 지금 내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며 야구가 아닌 제2 인생을 찾겠다고 밝혔다.


"16년간 감사했어요" 무거운 짐 내려놓은 24세 고시엔 최고 스타, 프…
니혼햄은 올 시즌 소프트뱅크에 이어 퍼시픽리그 2위를 했다. 2022~2023년 최하위로 떨어졌다가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캡처=니혼햄 파이터스 SNS
고시엔 스타로서 프로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 그래도 빛나는 시간을 함께 했던 동기생들에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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