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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백종원을 꿈꾼다' 일일 사장님 이지영 "내년엔 후배들의 테이블"[인천 인터뷰]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4-12-01 19:43


'야구계 백종원을 꿈꾼다' 일일 사장님 이지영 "내년엔 후배들의 테이블"…
자선 식당 메뉴를 준비 중인 이지영(왼쪽)과 조병현. 사진=SSG 랜더스

'야구계 백종원을 꿈꾼다' 일일 사장님 이지영 "내년엔 후배들의 테이블"…
순두부찌개를 조리 중인 이지영. 사진=SSG 랜더스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올해는 제가 맡게 됐지만, 앞으로 후배들이 비시즌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지난 11월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지하1층 직원 식당에서 팬들을 위한 '캐처테이블' 자선 식당&카페 이벤트가 열렸다. 포수 이지영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후배 선수들과 구단 마케팅팀의 적극적인 협조로 일이 커졌다(?). '캐처테이블'이라는 행사 이름에 맞게 김민식, 박대온, 신범수, 조형우, 이율예 등 구단 모든 포수들이 참석했고, 박종훈 박성한 조병현 고명준 박지환 정준재 등 총 12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불과 이틀전 마무리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선수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행사 하루전에 만나 장보기, 재료 밑작업, 양념 제조 등 5시간이 넘게 직접 테스트를 하는 등 진심을 다해 준비했다.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식당은 총 3번의 파트로 나눠서 진행됐다. 오전 시간대인 첫번째 파트에는 애장품 옥션에 낙찰된 팬 22명이 참가했다. 애장품은 선수들이 이날 직접 팬들에게 전달했고,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한 후 식사를 제공했다. 두번째, 세번째 파트에서는 구단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청한 팬들 가운데 당첨된 팬들을 초청했다. 식당과 카페는 중복 참여 없이 별도로 이벤트 참가 신청을 받았다. 식당은 한 타임당 13개 테이블 35명, 총 70명을 선정했는데 무려 5000명의 팬들이 몰렸다. 카페는 한 타임당 30명씩 6타임, 총 180명을 선정했는데 약 7800명의 팬들이 지원했다. 중복 신청이 안됐던 것을 감안하면 1만3000명 이상의 팬들이 몰렸다.


'야구계 백종원을 꿈꾼다' 일일 사장님 이지영 "내년엔 후배들의 테이블"…
사진=SSG 랜더스
투수 조병현이 직접 그린 이지영의 캐리커처가 이번 자선 식당의 간판. 이지영은 평소에도 '요리 좀 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SNS에는 집에서 직접 만든 한식, 양식, 제빵까지 여러 사진들이 업로드 돼있다.

매년 비시즌이면 소규모로 팬들과 함께 자선 카페, 유기견 봉사 활동 등을 해왔던 이지영은 이번엔 메인 쉐프로 후배들을 진두지휘했다. 요리를 해봤던 후배들이 거의 없었지만, 리드를 잘 따라왔다.

이지영은 "어떻게 하다보니 일이 커졌다. 한번 던졌는데, 구단에서 기가 막히게 받아주셨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직 SSG의 신인인데, 이제 입단 1년차인데 말이 안되지 않나"라고 부끄러워하면서도 "구단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다. 직원 식당까지 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제가 생각만 했던 일을 실제로 하니까 재미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야구계 백종원을 꿈꾼다' 일일 사장님 이지영 "내년엔 후배들의 테이블"…
이지영과 박민수 응원단장. 사진=SSG 랜더스
고명준, 조형우가 담당한 뚝배기불고기 레시피는 이지영이 도왔다. 이지영은 순두부를 담당했는데, 집에서 수차례 연습한 끝에 고기를 넣어서 양념장도 전날 미리 만들어놨다. 그 결과 뜨끈하고 얼큰한 순두부찌개가 탄생했다.

이지영은 "원래 취미가 요리다. 아내에게 자주 만들어주는데, 아내는 늘 저에게 '나를 이용해서 사랑꾼 이미지 메이킹 하지 말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웃으면서 "비시즌에는 자주 만든다. 원래 요리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만든 것을 맛있게 먹어주면 그것만큼 기쁜게 없다. 그래도 내가 맛없게 만들진 않았구나 싶어서 오늘 뿌듯했다"며 식당을 둘러봤다.


이날 이지영의 순두부찌개, 박종훈과 조병현의 차돌박이 떡볶이, 고명준과 조형우의 뚝배기불고기는 전부 호평을 받았다.


'야구계 백종원을 꿈꾼다' 일일 사장님 이지영 "내년엔 후배들의 테이블"…
이지영이 직접 만든 요리들. 사진=이지영 SNS 계정

'야구계 백종원을 꿈꾼다' 일일 사장님 이지영 "내년엔 후배들의 테이블"…
사진=SSG 랜더스
이지영은 "운동 선수의 투박한 손으로 만들면 맛있겠냐 싶은데, 의외로 선수들 중에 자취를 오래 해서 요리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야구계 버전 '흑백요리사' 경연을 제안했다. '직접 참가하실거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백종원(심사위원)"이라며 '야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행사를 마친 후 이지영은 "내년 3월까지 야구를 기다리셔야 하는 팬분들에게는 이런 시간들이 조금이나마 더 재밌게 기다릴 수 있는 기분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다. 팬분들은 비시즌에 선수들이 뭐하는지 궁금하실거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후배들의 주최를 기원했다. 이지영은 "이름이 '캐처테이블'이기 때문에 (김)민식이, (조)형우, (신)범수, (박)대온이 등 포수들이 돌아가면서 했으면 좋겠다. 산적처럼 생긴 선수들이 만든 요리도 드셔보시고, 맛있으면 팬들이 더 재밌고 좋아하실 수도 있지 않나"라고 웃으면서 "후배들에게도 이런 팬분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갖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서 하게 됐다. 이미지는 스스로 만드는거다. 이런 행사나 기부도 하고 그러면 결국 선수들에게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후배들이 열심히 따라와주고 도와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저 역시 팬들에게 표현을 잘 못하는데, 항상 감사하고 고맙다. 앞으로도 이런 시간들을 자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두루 고마움을 전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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