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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표팀, 무서움이 사라졌다" 日 선수들의 일침, 곽도규 교체 타이밍 이게 맞았나요?[무로이칼럼]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4-11-28 10:13


"韓 대표팀, 무서움이 사라졌다" 日 선수들의 일침, 곽도규 교체 타이밍…
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송정헌 기자

프리미어12 한국대표팀이 오프닝라운드를 3승2패 3위로 마치며 목표로 한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패인을 "선발투수 부족" 이라고 말했다. 선발투수가 약하면 투수진의 계투가 중요해진다.

오프닝라운드 2패 중 11월15일의 일본전은 5회초가 끝난 시점에 1점을 리드하고 있었다.

이후 어떤 식으로 투수교체가 일어났고, 결과적으로 역전을 당했을까. 코치와 선수들에게 물어 당시 상황을 재구성 했다.

5회말 일본 공격.

한국 마운드에는 2회 중간부터 등판해 호투하고 있던 유영찬이 있었다. 유영찬은 선두타자 구와하라 마사유키를 삼진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후속 타자는 좌타자 두 명. 자연스럽게 좌완투수 곽도규가 등판했다.

곽도규는 2번타자 고조노 가이토를 루킹 삼진, 3번 다쓰미 료스케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좌타자 상대가 곽도규 기용의 이유라면 교체 타이밍이었다. 불펜에서는 이영하가 준비하고 있었다.
"韓 대표팀, 무서움이 사라졌다" 日 선수들의 일침, 곽도규 교체 타이밍…
15일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이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펼쳤다. 경기 전 일본 이바타 감독과 인사를 나누는 류중일 감독. 타이베이(대만)=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1.15/

"韓 대표팀, 무서움이 사라졌다" 日 선수들의 일침, 곽도규 교체 타이밍…
15일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이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펼쳤다. 6회초 안타를 치고 출루한 박성한. 타이베이(대만)=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1.15/
하지만 곽도규는 투구를 이어갔다. 그 이유에 대해 최일언 투수코치는 "이영하는 투구 모션이 커서 도루 허용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4번타자 모리시타 쇼타와 득점권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대결하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다.

모리시타의 초구는 볼. 포수 박동원이 마운드로 걸어갔다. 당시 곽도규는 박동원에게서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그 후 포수 자리로 돌아간 박동원은 한국의 1루측 덕아웃을 향해 시그널을 보냈다.


"韓 대표팀, 무서움이 사라졌다" 日 선수들의 일침, 곽도규 교체 타이밍…
15일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이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펼쳤다. 투구하는 곽도규. 타이베이(대만)=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1.15/

최기문 배터리코치에 따르면 "곽도규를 교체해 달라는 사인이었다. (박)동원이가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곽도규는 투구를 계속 이어갔다. 결국 모리시타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2루가 됐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교체는 없었다. 곽도규는 다음타자인 좌타자의 구리하라 료야를 상대했다. 구리하라를 상대로 3B2S 풀카운트에서 9구째 오른쪽 어깨에 맞는 사구를 내줬다. 그제서야 곽도규는 교체됐다.

네 번째 투수 이영하가 2사 만루에서 마키 쇼고와 만났다. 초구는 높은 코스의 볼. 2구째는 바깥쪽의 슬라이더를 마키가 크게 헛스윙 했다. "마키는 직구를 노리고 있다. 슬라이더에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고 느낀 이영하 박동원 배터리는 또 한번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그 3구째 슬라이더를 마키는 배트 중심에 잘 맞춰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아 일본이 4-3 역전에 성공했다. 사실 마키는 바깥쪽의 슬라이더를 아주 좋아하는 타자다.
"韓 대표팀, 무서움이 사라졌다" 日 선수들의 일침, 곽도규 교체 타이밍…
15일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이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경기를 펼쳤다. 5회말 2사 만루. 일본 마키에게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이영하. 타이베이(대만)=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1.15/
이영하는 "나는 슬라이더에 자신이 있다. 옆으로 휘는 슬라이더와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마키 선수 상대로는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져야 했는데 주자 만루라 (폭투의 위험이 있어서) 던질 수 없었다"고 아쉬워 했다.

만약 이영하가 주자 1루나 1,2루에서 등판했다면 만루라 던지지 못했던 떨어지는 구종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과거 한국과 대결한 일본의 전 선수들은 요즘의 한국대표팀에 대해 "예전처럼 뭘 할 지 모르는 무서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투수 기용에 대해서는 "상대팀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그 말과 이번 투수기용을 맞춰보면 답이 나온다. 전력분석의 시각이 현장에 잘 반영되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책임 추궁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패인 분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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