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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한국대표팀이 오프닝라운드를 3승2패 3위로 마치며 목표로 한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어떤 식으로 투수교체가 일어났고, 결과적으로 역전을 당했을까. 코치와 선수들에게 물어 당시 상황을 재구성 했다.
5회말 일본 공격.
곽도규는 2번타자 고조노 가이토를 루킹 삼진, 3번 다쓰미 료스케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좌타자 상대가 곽도규 기용의 이유라면 교체 타이밍이었다. 불펜에서는 이영하가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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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시타의 초구는 볼. 포수 박동원이 마운드로 걸어갔다. 당시 곽도규는 박동원에게서 "할 수 있다"는 격려를 받았다고 했다. 그 후 포수 자리로 돌아간 박동원은 한국의 1루측 덕아웃을 향해 시그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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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문 배터리코치에 따르면 "곽도규를 교체해 달라는 사인이었다. (박)동원이가 뭔가 느끼는 것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곽도규는 투구를 계속 이어갔다. 결국 모리시타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2루가 됐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교체는 없었다. 곽도규는 다음타자인 좌타자의 구리하라 료야를 상대했다. 구리하라를 상대로 3B2S 풀카운트에서 9구째 오른쪽 어깨에 맞는 사구를 내줬다. 그제서야 곽도규는 교체됐다.
네 번째 투수 이영하가 2사 만루에서 마키 쇼고와 만났다. 초구는 높은 코스의 볼. 2구째는 바깥쪽의 슬라이더를 마키가 크게 헛스윙 했다. "마키는 직구를 노리고 있다. 슬라이더에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고 느낀 이영하 박동원 배터리는 또 한번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그 3구째 슬라이더를 마키는 배트 중심에 잘 맞춰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아 일본이 4-3 역전에 성공했다. 사실 마키는 바깥쪽의 슬라이더를 아주 좋아하는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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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영하가 주자 1루나 1,2루에서 등판했다면 만루라 던지지 못했던 떨어지는 구종으로 승부할 수 있었다.
과거 한국과 대결한 일본의 전 선수들은 요즘의 한국대표팀에 대해 "예전처럼 뭘 할 지 모르는 무서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투수 기용에 대해서는 "상대팀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그 말과 이번 투수기용을 맞춰보면 답이 나온다. 전력분석의 시각이 현장에 잘 반영되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책임 추궁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패인 분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