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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만의 우승' 광주팬들에게 선물한 초보 감독 "꼭 이뤄드리고 싶었다"[승장 인터뷰]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4-10-28 23:52


'37년만의 우승' 광주팬들에게 선물한 초보 감독 "꼭 이뤄드리고 싶었다…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7대5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들이 이범호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초보 감독이 취임 첫해부터 대형사고를 쳤다. 감독으로서는 처음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KIA 타이거즈는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대5로 승리했다. 1,2차전 승리 이후 3차전 패배 그리고 다시 4,5차전 승리.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한 KIA는 정규 시즌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성공하며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범호 감독은 취임 첫해 통합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전임 감독의 급작스러운 퇴진으로 스프링캠프 도중 예상치 못하게 감독으로 선임된 이범호 감독은 KBO리그 최초의 80년대생 감독이다. 그는 1981년생으로 현재 리그에서 가장 젊은 감독이다.

시즌 전부터 탄탄한 전력으로 우승 후보로 꼽혔던 KIA지만, 이범호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이어온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잘 이끌어 우승까지 해냈다.


'37년만의 우승' 광주팬들에게 선물한 초보 감독 "꼭 이뤄드리고 싶었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환호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28/
이범호 감독은 역대 두번째로 어린 나이에 취임 첫해 통합 우승이라는 기록을 이어갔다. 역대 최연소 취임 첫해 통합 우승 감독은 선동열 감독이 2005년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 기록한 42세9개월9일이다. 이범호 감독은 42세11개월3일에 우승을 달성했다.

또 취임 첫해 통합 우승은 역대 세번째다. 2005년 선동열 전 삼성 감독 그리고 2011년 류중일 전 삼성 감독에 이어 삼성이 아닌 타 팀 감독으로서는 최초다. 타이거즈 역사상으로도 최초다.

다음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이범호 감독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너무 감사드린다. 올 시즌 너무 감사드리고, 제가 팀을 맡아서 굉장히 힘든 시기도 있고 좋은 시기도 있었는데 마지막에 너무나도 좋은 상황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수들, 많은 팬분들 그리고 저희를 항상 멀리서 응원해주시던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우승은 했지만 다시 시작이니까 잘 준비해서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37년만의 우승' 광주팬들에게 선물한 초보 감독 "꼭 이뤄드리고 싶었다…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7대5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울먹이는 이범호 감독과 활짝 웃는 손승락 수석코치.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처음 감독이 됐을때 팀이 안좋은 상황이었는데, 우승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나.

저는 팀을 맡을때 충분히 2년 안에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맡게 됐다. 우리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어느 팀보다 좋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우승이라는 목표를 얻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고, 거기에 걸맞게 선수들도 최선을 다한 결과 우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 팀 자체가 젊은 선수들도 많고 고참 선수들도 아직 능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많아서 올 시즌 끝나고 잘 마무리해서 내년에도 이 팀 자체를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선수때 우승이랑 감독때 우승이랑 차이가 있나.

우승하니 다 좋은데 확실히 홈에서 하니까 너무 좋다. 우승을 서울에서 많이 하다보니까, 서울에 저희 팬들이 굉장히 많은데 광주팬들은 그런 모습을 많이 못지켜보셨기 때문에 너무나도 우승을 꼭 이뤄드리고 싶었는데. 달성한 것에 대해서 너무나 기분이 좋다.

-오늘 초반 5실점 하고 위기가 있었다.

막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삼성 투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부상 선수도 있고 그래서 저희가 지금부터 잘 막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도현 뒤에 필승조 투수들 붙여놓으면 따라갈거라고 생각했다. 좀 더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2아웃에 찬스가 걸리다보니까 더 긴장되고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던 것 같은데, 너무나 극적으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다. 이길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다.


'37년만의 우승' 광주팬들에게 선물한 초보 감독 "꼭 이뤄드리고 싶었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이 이범호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광주=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10.28/
-올 시즌 가장 위기였던 순간은.

선발 투수들이 빠졌을 때가 가장 힘들지 않았을까. 야수들은 9명에서 1명이 빠지는거니 전체 선수들을 잘 다스리면서 가면 그 선수들이 언제든지 1명 나올 수 있고, 팀 타선 자체가 강했기 때문에 1명 정도는 어떻게든 막는다고 생각했다. 선발 투수는 공 100개를 던져야 하고, 1~2경기를 대체 선수로 넣다 보니까 불펜 부하가 많이 걸렸다. 그때 (김)도현이랑 (황)동하를 넣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이의리, 윤영철, 네일이 빠질 때마다 선발 고민을 많이 했다. 선발 투수들이 선수들이 잘 메꿔주는 바람에 저희가 1등을 지키면서 한국시리즈에 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칭찬해주고 싶은 선수.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지만, 김도영 선수가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성장해줌으로 인해서 팀 자체가 굉장히 변하는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 김도영이 나오지 않았으면, 젊은 선수들의 뎁스가 쉽게 변화가 될 수 없는데. 김도영이라는 좋은 선수 한명이 내야 자리 하나를 잡아주면서 시너지가 생겼다. 그 모습들을 고참들이 잘 막아주면서 좋은 팀으로 변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도영이처럼 젊은 선수들이 더 분발해줘서 매년 이렇게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면 팀이 강해질거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은 김도영이라는 선수가 큰 좋은 선수로 거듭나준게 올 시즌 가장 감사한 일이다.


'37년만의 우승' 광주팬들에게 선물한 초보 감독 "꼭 이뤄드리고 싶었다…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7대5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범호 감독과 최형우가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곽도규가 한국시리즈에서도 활약했는데.

젊은 선수들 한명, 한명이 어떻게 커주느냐에 따라 팀에 변화가 커진다. 도규나 영철이, 도현이, 해영이 전부 다 젊은 선수들이 아직까지 성장을 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우리 팀이 앞으로도 무서워지지 않을까. 도규도 올 시즌 개막전에 올릴때 이 선수 한명만 필승조에 잘 붙어있어주면 우승할 수 있겠다, 하고 처음부터 어려운 상황에 올려봤는데 확실히 큰 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내년도 선발 구상에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선수들에게 기대하나.

도현, 동하도 있고 영철이도 올 시즌 허리가 조금 안좋았지만 모든 면에서 큰 부상은 아니기 때문에 내년에 로테이션 자리 잘 지켜줄거라 생각한다. 양현종도 이닝수만 조금 줄여주면 선발 자리에서는 아직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년 6~7월 되면 이의리가 들어오면, 불펜도 강하고 선발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젊은 신인 선수들이나 퓨처스에서 성장하는 선수가 나오면서 조금씩 더 맞춰가면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37년만의 우승' 광주팬들에게 선물한 초보 감독 "꼭 이뤄드리고 싶었다…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초 7대5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정해영과 김태군이 얼싸안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김태군이 1표차로 MVP를 놓쳤다.

그래서 저한테 옆구리를 찌르면서 '팀 MVP는 없나요'라고 물어보더라. 태군이도 너무 잘해주고, 볼 배합도 너무 잘했다. 태군이나 선빈이나 두 선수가 한국시리즈에서 너무나도 잘해줘서 저에게는 MVP라고 생각한다. 제가 잘 위로해주겠다.

-선수와 감독으로 우승하면서 타이거즈의 대표적인 인물이 됐는데.

KIA에 올 줄 알았습니다. 한화에서 뛸 때 광주 오면 굉장히 잘쳤고, 그랬으니 저를 데려오신 것 같고.(웃음) 광주팬들이 오시면 항상 하는 말이 '이름이 호랑이인데 왜 광주를 안오냐' 이런 말씀이었다. 이름 때문에라도 나를 부를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너무 좋은 구단에, 그때 당시 힘들어서 일본에 외롭게 있는 저를 찾아와주셨다. 그때 저를 스카우트 해주신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 그분들께 아직도 감사드린다. 프런트에 그런 분들이 있어서 제가 있을 수 있었고, 여기서 성대한 은퇴를 시켜주시고 감독까지 맡겨주시고 우승까지 하게 돼서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큰 감흥이 있다. 앞으로 KIA 타이거즈라는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노력을 하고, 여기 있는 선수들이 좋은 선수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감독으로 좋은 팀을 만들어서 앞으로 더 멋진 팀으로 계기로 노력하도록 하겠다.

-데뷔 첫해에 우승을 했는데, 이제 다음 목표는.

감독을 할때 모든 사람들이 우승을 목표로 시작하지만, KIA에서 14년간 몸을 담으면서 이 팀을 좋은 팀으로 만드는 것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배운 것을 꼭 이 팀에 전수하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하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 팀 자체가 1년만에 영광스럽게도 큰 변화가 생기면서 우승이라는 큰 타이틀을 저에게 안겨줬다. 매번 똑같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달리지만, 거기에 한명 한명 더 많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게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승을 많이 못해봤던 선수들을 데리고 한번씩 우승을 계속 시킬 수 있는 팀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


'37년만의 우승' 광주팬들에게 선물한 초보 감독 "꼭 이뤄드리고 싶었다…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 8회말 1사 1루 박찬호가 1타점 2루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10.28/
-박찬호가 가장 많이 울었는데, 개성있는 선수를 이끌어오면서 남달랐을듯.

찬호의 플레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죠. 플레이를 보면 건들대는 모습도 있고. 플레이에 있어서 박찬호처럼 매일매일 경기를 뛰어주는 선수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수는 아픔이 있고, 힘든 시기를 겪어도 경기를 출전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선수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은 우리팀에서 찬호가 가장 큰 그릇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아닌가 생각한다. 찬호가 저와 있으면 안좋은 모습도 조금씩 없어질 것이고, 올 시즌 찬호가 원했던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도 줬다. 내년에는 좀 더 멋진 선수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찬호 좀 많이 사랑해주세요.


'37년만의 우승' 광주팬들에게 선물한 초보 감독 "꼭 이뤄드리고 싶었다…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5차전. KIA가 삼성에 승리하며 V12 우승을 달성했다. 4차전 MVP 차지한 박찬호.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10.28/
-부임 전 약속 중 잘지킨 것, 못지킨 것은.

처음 부임했을때 선수들에게 니들 하고 싶은대로 야구를 해라 이야기했는데, 그건 지켰다. 앞으로도 그런 야구를 펼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선수들이 플레이 하는 것에 있어서 감독 때문에 눈치를 보고 야구를 못하는 모습은 없어지는 팀을 만들겠다. 선수들이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팀을 만드는게 저의 목표.

-왕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KIA가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써야 할까.

선수들이 자만에 빠지지 않고, 우리가 우승한 것을 내년에 다시 한번 느끼고싶다는 간절함을 만들어내는게 감독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승팀이지만, 우승은 올해 끝난 것이다. 내년에 다시 도전해서 다시 우승하는 팀을 만드는게 가장 중요하다. 왕조는 굉장히 힘든 것이고, 그런 말을 쓰기가 어려운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평균적으로 비슷한 팀들이 많기 때문에 세밀한 부분만 잘 잡아낸다면 올해처럼 좋은 경기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거만해지지 않고 다시 한번 도전해서 차근차근 도전하는 팀을 만드는게 제가 해야 할 일이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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