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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놀랍도록 닮은 꼴이다.
다저스는 2-3으로 뒤진 10회 개빈 럭스의 볼넷과 토미 에드먼의 내야안타로 1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오타니 쇼헤이가 바뀐 투수 좌완 네스터 코르테스에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양키스 좌익수 알렉스 버두고가 파울지역으로 달려나와 파울을 잡은 뒤 펜스 너머 관중석으로 거꾸로 넘어지는 믿기 어려운 수비였다.
주자들이 한 루씩 진루에 2사 2,3루. 여기에서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통상적인 방식으로 무키 베츠를 고의4구로 걸러 만루 작전을 폈다.
발사각 30도, 타구속도 109.2마일로 맞는 순간 다저스타디움은 이미 열광의 도가니로 들썩였다. 타구는 우측 담장 외야석 팬들 사이, 비거리 423피트 지점에 떨어졌다. 프리먼의 이번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다. 무엇보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첫 끝내기 만루홈런을 다저스타디움에 아로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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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닮은 것은 깁슨과 프리먼 둘 다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부상을 입었다는 점이다. 당시 깁슨은 끝내기 홈런을 친 뒤 다리를 절룩거리며 베이스를 돌았다. 포스트시즌 동안 왼쪽 햄스트링과 오른쪽 무릎이 말썽을 부리고 있었다.
프리먼은 올 정규시즌 막판 땅볼을 치고 1루로 전력질주를 하다 오른쪽 발목을 접질려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는 상태다.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이 깁슨의 끝내기 홈런에서 프리먼의 끝내기 만루포로 바뀐 것이다.
그 다음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홈런을 치고 들어온 프리먼은 내야 스탠드에 자리잡은 아버지를 향해 소리쳤다. 그는 "아버지 얼굴이 보이길래 그냥 소리를 질렀다. 죄송해요 아버지"라며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그곳에 계셨다. 매일 나에게 배팅볼을 던져 주셨다. 지금 이 순간은 아버지의 순간"이라며 감격해했다.
역대 7전4선승제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해당 시리즈를 거머쥔 것은 193번 중 125번으로 그 확률이 64.8%에 이른다. 또한 2-3-2 포맷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1차전 홈경기를 이긴 팀은 101번 중 68번, 즉 67.3%의 확률로 해당 시리즈를 가져갔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역사적 확률은 6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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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베츠가 중견수 뒤로 깊은 희생플라이를 때려 오타니를 불러들이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오타니의 장쾌한 2루타가 가라앉아 있던 다저스 벤치를 자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5타석에서 안타 1개 밖에 날리지 못했으나, 8회 2루타는 패색이 짙던 경기 막판 분위기를 바꾼 게임 체인저(game-changer)였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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