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김태형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9.24/
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김태형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9.24/
[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전력이 괜찮다. 첫해는 가을야구, 3년안에 우승 할 수 있다."
부산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던 사령탑의 취임 일성이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임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받아든 결과는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다. 7년 연속 좌절이다. 팬들 입장에선 길었던 암흑기가 떠오를 만도 하다.
가을야구 진출을 약속했던 우승청부사 김태형 롯데 감독 입장에서도 아쉬움 가득한 가을이다. 1일 창원 NC파크에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모든 것은 성적이 말해준다. 이것저것 얘기할 게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번시즌을 돌아본 그는 "가을야구를 못해서 아쉽다. 아쉬운 거야 하나하나 100가지도 넘지만, 구구절절 이야기할 것도 없다. 내년에 기대되는 부분도 있지만…"이라며 말을 아꼈다.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4회말 2사 롯데 나승엽이 안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9.13/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우승 3회에 빛나는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명장 중 한명이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좌절을 겪은 팀에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며 최고의 기대치로 시작했지만, 스타트는 역대 최악이었다. 3~4월 8승21패1무로 승패마진이 무려 -13이었다.
이후 어렵게 만회했던 성적을 다시 7월 6승14패의 부진으로 날려보냈다. 한해의 승부처에 에이스 반즈와 핵심타자 손호영이 부상으로 빠지는 등 불운도 뒤따랐고, 대체 외국인 선수를 뽑지 않는 등 적절한 대처도 아쉬웠다. 고비 때마다 실책 등으로 어이없이 내준 경기들도 줄줄이 떠오를만하다.
손호영 영입으로 타선에 중심을 잡았고, 나승엽 고승민 윤동희 황성빈 등을 육성해 팀 타선을 단숨에 리빌딩한 것은 역시 김태형 감독다운 솜씨였다. 반면 고질병인 포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승리한 롯데 김원중이 기뻐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9.14/
나균안의 개인사, '금강불괴' 유강남의 시즌아웃, 노진혁의 끝없는 부진 등 예상치 못한 요인들로 전력이 악화되고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팀을 다잡았지만, 한때 선발진마저 흔들린데다 부상이 거듭되면서 선수단이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베테랑으로 가득한 불펜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가중된 피로도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불펜의 핵 구승민과 김원중은 올겨울 FA가 되고, 김상수 진해수 등 주요 필승조도 한살씩 나이를 더 먹는다. 애써 키워놓은 선발 김진욱은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다. 롯데로선 정현수 이민석 진승현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사활을 걸어야할 처지다. 유강남이 전성기 기량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정보근 손성빈 등 안방의 기량도 한층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 롯데의 경기. 6회말 무사 1, 3루 이호준이 2타점 적시타를 친 후 3루까지 진루해 환호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9.28/
정규시즌을 마친 뒤 김태형 감독은 어떻게 휴식을 취할까. 그는 "마무리캠프가 11일부터 시작하니까, 그전까진 푹 쉰다. 2군 선수들은 퓨처스 경기가 좀 남아있다. 선수들도 좀 쉬어야한다. 그리고 이제 또 마무리 훈련을 해야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이날 롯데는 고승민 대신 이호준을 선발 2루수로 내세웠다. 대구상원고 출신 이호준은 올해 3라운드(전체 2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20세 신인이다. 지난달 28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에서 3타수 2안타 2타점을 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1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 3회 1타점 적시타를 날린 고승민.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9.18/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이날 이호준의 선발출전이 고승민의 컨디션에 따른 배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승민이 지금 햄스트링이 약간 타이트하다. 나승엽도 몸이 썩 좋지 않아 오늘 선발 라인업에서 뺐다. 경기를 못뛸 정도는 아니다. 대타로는 나올 수 있다. 무리하게 경기에 낼 필요는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올시즌 한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던 윌커슨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도 어김없이 선발등판했다. 김태형 감독은 "(윌커슨과)투수코치가 이야기를 나눴다. '투구수 몇개 정도 가냐' 물었더니 '던질 수 있는데까지 간다'고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