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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아웃 남았는데 칼같은 교체' 그래도 박종훈 박수받을 자격 있다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4-09-26 13:40


'아! 1아웃 남았는데 칼같은 교체' 그래도 박종훈 박수받을 자격 있다
2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KBO 리그 SSG 랜더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 SSG 선발 투수 박종훈이 5회 말 강판 결정이 되자 허탈한 듯 웃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이 될 경기. 그 경기에서 약 100일만에 1군 마운드에 선 박종훈은 자존심을 지켜냈다.

SSG 랜더스 박종훈은 2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6월 16일 한화전(2⅔이닝 3실점 패전) 이후 101일만의 1군 선발 등판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명예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했다. 체중 감량과 성실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누구보다 절실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찾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시즌 초반 이숭용 감독은 박종훈에게 등판 기회를 줬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2군에 내려가기를 반복했고, 지난 6월 중순 한화전 등판을 마지막으로 약 3개월간 2군에서만 공을 던졌다.

박종훈의 올 시즌 퓨처스리그 등판 성적은 7승3패 평균자책점 1.95로 압도적이다. 이렇게 2군 성적이 좋은데도 1군 코칭스태프가 선뜻 부를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좋을때 다시 1군에 올라왔다가 또 무너지는 결과가 나오면, 선수도, 팀도 데미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9월 확대 엔트리가 되자 가장 먼저 박종훈을 콜업했다.


'아! 1아웃 남았는데 칼같은 교체' 그래도 박종훈 박수받을 자격 있다
2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KBO 리그 SSG 랜더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 1회 말 SSG 선발 박종훈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1군 복귀 이후에도 좀처럼 등판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이기는 경기에 나가기도, 지는 경기에 나가기도 타이밍이 애매했다. 그러나 이숭용 감독은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오원석의 부상 이탈로 비어있는 25일 NC전 선발 투수. 박시후, 이건욱 등을 두고 고민하다가 박종훈을 낙점했다.

올 시즌 SSG가 유독 약했던 NC전. 그것도 상대 선발 투수가 리그 최고 투수 카일 하트였다. 박종훈의 최근 창원 원정 등판은 지난 4월 7일 4이닝 7안타(3홈런) 7실점으로 무너졌던 악몽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팀이 마지막까지 치열한 5강 싸움을 하고 있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 박종훈은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5회 2아웃까지 1실점. 3회말 김형준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것을 제외하고는 실점이 없었다. 늘 발목을 잡았던 4사구도 이날은 볼넷 2개와 사구 1개로 무난하게 넘겼다. 타선도 2회초 오태곤의 스리런 홈런으로 일찍 터져주면서 3-1 리드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 1아웃 남았는데 칼같은 교체' 그래도 박종훈 박수받을 자격 있다
25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KBO 리그 SSG 랜더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 SSG 선발 투수 박종훈이 5회 말 강판 결정이 되자 허탈한 듯 웃고 있다. 연합뉴스

마무리는 아쉬웠다. SSG가 2점 앞선 5회말. 서호철과 김형준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한 박종훈이 갑자기 제구가 안되기 시작했다. 박시원에게 1B2S에서 3연속 볼이 들어가며 볼넷 허용. 그리고 한석현 타석에세 초구, 2구 연속 볼. 워낙 오랜만의 실전 등판인 탓에 투구수 60개를 넘기면서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1승, 1승이 간절한 SSG 벤치는 결국 2B에서 투수를 노경은으로 교체했다. 박종훈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결국 공을 넘기고 내려갔다.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딱 1개 남아있는 상황이라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SSG는 박종훈의 강판 이후 필승조를 총동원해 8대2로 승리했다.

비록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박종훈의 투구는 박수 받기에 마땅했다. 상대 전적이 좋지 않았던 NC 원정. 그리고 상대 투수는 개인 타이틀을 노리는 '에이스' 하트. 이날까지 졌다면 3연패에 빠지면서 5강이 멀어지는 소속팀까지. 이 모든 부담을 짊어지고, 분명 빛나는 투구를 펼쳤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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