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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허문회 감독님이 좀 많이 생각난다."
"(기억에 남고 고마운 스승이) 너무 많다"고 운을 뗀 손아섭은 "내가 정말 부족한 선수였는데도 기회를 주셨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전 롯데)이 일단 생각난다. 김무관 타격 코치님도 신인 때 내 스윙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팀 사령탑인) 강인권 감독님도 내가 부진할 때도 끝까지 믿어주시고 이렇게 경기에 내보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허문회 감독님도 좀 많이 생각이 난다"며 "(롯데 시절) 그 당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지만, 내 야구적인 생각을 좀 새롭게, 야구라는 부분을 바꿀 수 있게 도와주셨던 분"이라고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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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완은 2020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와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선수. 당시 안방불안에 시달리던 롯데의 고민을 해결해줄 카드로 꼽혔다. 팬들 사이에선 롯데가 상위권 도약을 위해 시도한 '프로세스의 첫 결과물'로 꼽히기도 했다. 개막엔트리 진입도 유력했던 게 사실.
그러나 허문회 전 감독은 지시완을 개막엔트리에서 제외한 채 출발했다. 당시 "지시완은 반쪽짜리 선수"라는 코멘트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나도 유망주 소리를 들었지만, 프로에선 방망이만 잘 치고 수비는 못하는 선수가 됐다. 그렇게 10년간 대타로만 뛰다가 은퇴했었다"고 자신의 현역시절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지성준(지시완의 개명 전 이름)도 마찬가지다. 1군에서 벤치만 지키는 것보다는 2군에서 많은 경기를 뛰는 편이 낫다. 이는 선수는 물론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선수에게도 '반쪽짜리 선수에겐 미래가 없다.'고 이야기해 줬다"고 엔트리 제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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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 전 감독이 떠난 뒤 1군에서 본격적인 기회를 얻었으나, 2021~2022시즌 모두 2할 초중반의 타율에 그쳤다. 여기에 송구 입스 문제까지 불거지는 등 좀처럼 실타래가 풀리지 않았다. 지난해엔 1군 6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사이 롯데는 계속된 안방 불안 해소를 위해 FA 포수 유강남과 80억원에 계약했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유망주 손성빈을 데려왔다. 이런 가운데 지시완이 올 시즌 퓨처스 2경기 5타석 소화에 그치자, 결국 롯데는 면담을 통해 방출을 통보했다.
손아섭이 롯데를 떠난 것도 돌아보면 프로세스의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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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은 "롯데는 협상 과정 내내 할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제시했다"면서도 "롯데에 대한 서운함보다 부산을 떠나야 한다는 서운함이 훨씬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부산 지역지를 통해 팬들에 작별인사를 전했고, SNS에 장문의 손편지를 남기기도.
프로세스 결과물이 떠난 날, KBO리그에 새 이정표를 세운 타자는 프로세스가 아닌 자신의 철학을 따른 옛 지도자를 떠올렸다. 기묘한 우연이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