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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은 둘을 형제라고 불렀다" 오타니 6년을 배신당하다.,.통역 연봉 6억대인데 도박을 왜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4-03-21 16:23 | 최종수정 2024-03-21 16:49


"동료들은 둘을 형제라고 불렀다" 오타니 6년을 배신당하다.,.통역 연봉…
오타니 쇼헤이와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관계가 종말을 고했다. AP연합뉴스

"동료들은 둘을 형제라고 불렀다" 오타니 6년을 배신당하다.,.통역 연봉…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의 입과 귀였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남부 캘리포니아의 불법 스포츠 도박업자에 수백만 달러의 빚을 져 연방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고, 이를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한 다저스로부터 해고됐다는 소식이 21일(이하 한국시각) 전해졌다.

사상 최초의 메이저리그 한국 이벤트인 '서울시리즈'의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는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즈하라는 지난 20일 이를 인지한 ESPN과 인터뷰에서 "오타니에게 도박빚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전에도 드래프트킹(DraftKings)를 통해 베팅을 했으며, 도박업자 매트 보이어를 통해 합법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오타니도 자신의 도박 중독과 엄청난 빚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한 것이다. ESPN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즈하라의 도박빚이 최소 450만달러라고 했다. 오타니가 이 빚을 갚아주려고 자신의 계좌에서 보이어에 여러차례 송금했다는 얘기다.

미즈하라는 ESPN에 "분명히 오타니도 (내 도박빚으로)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도록 하려고 날 도와주려고 했다. 날 위해 갚아주기로 한 것"이라며 "난 오타니가 베팅에 관여한 것이 전혀 없고 나 또한 이것이 불법인 줄 몰랐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렵게 인생의 교훈을 배우고 있다. 다시는 스포츠베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동료들은 둘을 형제라고 불렀다" 오타니 6년을 배신당하다.,.통역 연봉…
지난 6일 LA 다저스와 에인절스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미즈하라가 마이크 트라웃과 반갑게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이같은 해명이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미즈하라는 21일 ESPN에 "오타니는 도박빚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도박업자에 송금도 하지 않았다"며 말을 바꿨다.

LA 타임스를 비롯한 유력 언론들의 보도가 쏟아지고 다저스 구단의 해고 통보가 나오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게 오타니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혐의를 순수히 인정해 선처를 받기 위한 전략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오타니 입장에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불법 도박업자 보이어의 변호사인 다이앤 배스도 ESPN에 "보이어씨는 결코 오타니 쇼헤이를 만난 적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고 밝혔다. 미즈하라가 자신이 수 년간 도박에 손을 댔다는 걸 본인이 얘기하지 않는 한 오타니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오타니는 미즈하라를 절도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 오타니는 SNS 계정에서 미즈하라를 삭제했다.

오타니가 미즈하라를 처음 만난 건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한 2013년 이후로 추정된다. 당시에도 그는 니혼햄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을 담당했다. 니혼햄에서 친분을 쌓은 둘은 오타니가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하면서 미국으로 인연을 이어갔다. 미즈하라가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의 통역을 맡은 게 올해가 7년째다.


"동료들은 둘을 형제라고 불렀다" 오타니 6년을 배신당하다.,.통역 연봉…
지난 20일 개막전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는 오타니.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SPN은 '미즈하라와 오타니는 직업적인 관계 이상의 친구 사이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미국으로 건너온 2018년부터 통역을 맡았다. 더그아웃, 라커룸, 선수 휴게실, 여행지, 미디어 인터뷰 등 오타니가 가는 곳마다 동행했다'며 '이 때문에 야구팬들에게 미즈하라의 인지도는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어 ESPN은 '오타니가 감독, 코치와 대화할 때, 경기 중 상대 선수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검토할 때도 미즈하라가 도왔다. 두 사람은 좀처럼 헤어질 수 없는 관계(The two are rarely separated)였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심부름을 도맡았고, 투수로 활약할 때는 물병을 갖다 줬으며, 오타니 팀 동료들이 우정을 뛰어넘는 형제애라고 표현할 정도로 존재감이 높았다'고 둘의 돈독한 관계를 부각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오타니가 에인절스에서 뛸 때 미즈하라도 연봉 계약을 매년 했다는 것이다. 오타니가 다저스로 이적한 후에도 미즈하라는 별도로 계약서를 썼다.

미즈하라는 ESPN에 "연봉은 30만~50만달러(약 6억6000만원)"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74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내 일반인의 3~5배에 해당하는 고연봉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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