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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 3일(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당시 이 코치는 "지난해 단장님이 새롭게 바뀐 뒤 시즌을 폭넓게 볼 수 있는 전략세미나를 제안하셨다. 준비 과정에서 그동안 갖고 있던 선수 개개인에 대한 생각을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었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밝혔다.
설명은 꽤 구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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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경쟁과 육성에 대한 방향성도 확고했다. 이 코치는 "주전들은 지금처럼 유지하되, 백업은 그런 선배들을 잡기 위해 더 강하게 도전해야 한다"며 "3번 나가서 못 치면 이틀 쉬고 다시 내보내 못 치면 사흘 쉬게 하는 건 기회가 아니다. 그걸론 선수들이 클 수 없다. 변우혁은 작년에 그런 시간이 많았다. 이왕 기회를 줄 거라면 꾸준하게 출전시킨 뒤 나오는 지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변우혁을 비롯해 차세대 타자로 꼽히는 김석환 윤도현을 두고는 "이제는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우리 팀의 취약한 부분을 커버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 선수들이 어떻게 푸쉬해주느냐에 따라 경쟁구도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루수 전향을 시도 중인 이우성에 대해선 "규정 타석에 대한 욕심이 엄청날 것이고, 본인 스스로도 올 시즌이 기대될 것"이라며 "잘 하면 자기 능력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시즌이다. 그게 팀에 해가 되지 않고 득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타격감은 올 시즌엔 좋아도 내년엔 어떻게 될 지 모른다. 한 달만 지나도 한창 좋을 때 감이 기억이 안난다"며 "가장 좋을 때 손 감각, 투수를 보는 느낌, 내 자세 등을 세세하게 적어놓는 게 좋다. 컨디션이 나쁠 때 그걸 보면 슬럼프 기간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나도 현역 때 그런 방법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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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상한 내용은 결과적으로 KIA가 차기 감독을 이범호로 낙점하는 동력이 됐다. KIA 심재학 단장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전략세미나에서의 발표가 구체적이었다. 그 때가 이번 감독 선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요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코치 신분임에도 세밀하면서도 과감하게 올 시즌 KIA 타격을 분석하고 청사진을 밝혔던 그는 이제 KBO리그 최초의 80년대 정식 사령탑 타이틀을 얻었다.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팀을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 그가 과연 자신의 구상을 펼쳐내 KIA의 V12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