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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사상 초유의 사태. KIA 타이거즈가 스프링캠프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이제 모두의 관심사는 차기 사령탑 자리를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다.
더욱 충격인 것은 김종국 감독이 장정석 전 단장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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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장 전 단장을 수사하는 과정 중에 김종국 감독의 배임수재 혐의를 추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수재는 업무에 관련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익을 취한 것이 포착된 혐의다. 영장 실질 심사에서 구속을 면할 수도 있지만, 그와 별개로 검찰이 유의미한 정확을 포착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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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전체가 패닉에 빠졌다. 장정석 전 단장 사태가 불거진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이다. 지난해 3월 포수 박동원이 FA 협상 당시 KIA 단장이었던 장정석 전 단장이 '뒷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발점이 됐다. 박동원 측은 뒷돈 요구와 관련한 녹취록을 선수협에 제출했고, 이후 KIA 구단이 단장을 해임 조치했다. 해임 조치를 결정한 것이 3월 29일의 일이었다.
이후 KBO가 4월 6일 검찰에 장 전 단장의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11월 30일 검찰이 장 전단장을 압수수색했고, 박동원 관련 혐의 외에 다른 혐의도 포착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종국 감독과 관련한 비위 혐의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히 현재까지 전 단장과 김 감독 사이에 적용된 혐의가 얼마만큼의 연관성이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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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대처도 발 빨랐다. KIA 구단은 직무 정지 사실을 알린 28일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갑용 수석코치는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다른 코치진과 함께 호주 캔버라로 떠났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이날 김종국 감독도 함께 출국해야 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KIA 선수단은 하루 늦은 30일 출국한다.
당장 구속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현역 프로야구 감독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자체가 극히 드문 일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수사가 계속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된다. 며칠 안에 모든 결론이 나는 문제가 아니다. 조사가 더 길어질 수도 있고, 이후 법원을 오가게 될 수도 있다. 최소 몇개월은 소요되기 때문에 계속 김종국 감독을 직무 정지 상태로 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 현실이다.
결국 KIA 구단은 결단을 내렸다. 계속해서 내부 회의를 거듭하던 KIA 구단은 29일 오후 5시49분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KIA 구단은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고 부연 설명했다. 직무 정지 사실을 발표한 후 26시간만에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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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생활도 KIA에서만 했다. 은퇴 후 2군 수비코치를 시작으로 2군 작전주루코치, 1군 작전주루코치, 2021년 1군 수석코치를 거쳐 2022시즌을 앞두고 1군 감독으로 부임했다.
감독으로 첫 계약 당시 3년 계약을 체결했고, 2022~2023시즌까지 2시즌간 팀을 이끌어왔다.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태에서 계약 해지가 결정되며 팀을 떠나게 됐다. 이제는 현역 프로야구 감독이 아닌 일반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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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구단이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 해지를 발표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차기 사령탑을 찾겠다"고 한 만큼 이제는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선결 과제를 안게 됐다.
문제는 시기다. 스프링캠프 지휘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빠르게 선임을 완료하면 시즌 개막 준비까지는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설명일 뿐. 선수단 파악, 구단 분위기와 흐름 파악, 세세한 데이터 분석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했을때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차기 감독으로 선임할 경우 시즌 초반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KIA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형 FA를 영입하지는 않았지만, 최형우, 김태군과의 다년 계약, 내부 FA 김선빈 계약 등 내부 단속을 성실히 해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2인도 빅리거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영입했고, 그외에도 전력 유출은 최대한 막은 상태다. 이미 나성범, 김도영, 박찬호 등 타선의 핵심 타자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KIA를 LG, KT와 더불어 3강 후보로 꼽는 야구인들도 있다. KIA 구단도 올 시즌만큼은 반드시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 교체는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정규 시즌 6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손에 들고도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 마지막 시즌인 올해에도 변함 없는 신뢰를 보여준 구단이지만, 예상치도 못한 초대형 핵폭탄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되기 직전이다. 애써 시즌을 준비했고, 이제 스프링캠프만 떠나면 되는데 당장 1군 수장인 사령탑이 불명예스러운 일로 옷을 벗게된 것은 구단 전체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선수단도 최대한 동요 없이 훈련을 이어간다고는 하지만, 감독이 직접 설계해서 개막을 맞는 것과 확실한 리더가 없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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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외부 인물을 데리고 오는 것도 마냥 쉬운 문제는 아니다. 비교적 최근에 감독을 선임한 타 구단들도 "후보들은 많지만, 정말 큰 인물급 감독 후보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 시즌 개막까지 2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외부 인사를 데리고 오려면, 그에 따른 부가적인 요소까지 문제가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코치진 구성. 현재 코칭스태프 구성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새 감독을 영입하면 감독과 수석코치 정도만 교체할 수 있는 시간인데 선수 분석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코치들과의 호흡도 문제다.
때문에 외부 인사를 차기 감독으로 영입하더라도, 최대한 현재 타이거즈 구성원들의 색깔을 이해하고 지금의 구도를 크게 뒤엎지 않을만큼의 인물을 데리고 와야 한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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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최대한 빠르게 이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고, 다시 야구에 전념할 수 있는 차기 사령탑 영입과 코칭스태프 구성이 최우선이다. 물론 두번 다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이 부분은 야구계 전체가 다시 한번 깊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