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남동=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 오지환(32·LG 트윈스)의 손목이 빛났다.
오지환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故) 구본무 전 LG 그룹 회장이 남긴 롤렉스 시계였다. 구 전 회장은 1998년 해외 출장 중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MVP에게 주라"며 80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를 구입해 전달했다. 그러나 구 전 회장은 시계의 주인을 못 본 채 눈을 감았다.
고가의 시계였지만, 오지환은 우승 직후 시계에 대해 "선대 회장님의 유품"이라며 "내가 찰 수 없다. 구단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
'우승 롤렉스'는 반납했지만, 시상식에서 오지환의 손목은 빛났다. 새로운 시계가 손목을 감쌌다.
오지환은 "새로 선물 받은 것"이라며 "똑같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회장님께서 축승회날 선물로 주셨다. 요즘 시대에 맞는 거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우승은 여전히 떠오르는 기분 좋은 순간. 오지환은 "우승 순간은 혼자 잠잘 때만 생각한다.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보고 있다. 그 순간 집중했던 만큼, 내가 한 것보다 다른 선수들과 팬, 더그아웃 분위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승에만 취해있지는 않았다. 오지환은 "이미 끝난 것이고 29년 만에 우승했지만 우승한 걸로 기분 좋게 마무리하자는 생각"이라며 "과거가 된 것이고 현재가 중요하다.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단 역사를 새롭게 쓴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지환은 "가족과 시간 보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바쁜 줄 몰랐다. 기분 좋은 마음이라 좋은데 바쁘다보니 인사도 아직 다 못 돌았다. 열심히 인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한남동=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