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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가을밤, 명승부가 펼쳐졌던 한국시리즈 2차전.
뒷문을 철통 같이 지키던 '약관의 듀오' 손동현 박영현이 매일 등판에 언제 지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반면, 오랜 휴식 탓에 감각적으로 불리한 1위 LG 트윈스는 타자들의 정상궤도 진입 시점이 관건이었다.
4할대 출루율을 넘나드는 '출루왕' 홍창기와 문성주가 1차전에 침묵했다. 공격 활로가 열리기 어려웠다. 2득점에 그치며 2대3으로 아쉽게 패한 이유.
아무리 LG가 객관적 전력에 있어 우위에 있다 해도 1,2차전을 모두 내준다는 건 절망적인 가정이었다. 실제 역대 2연패 후 우승확률은 10%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적지인 수원으로 옮겨 치를 3차전 선발은 'LG 킬러' 웨스 벤자민. 조바심 마저 겹치면 3연패란 암담한 상상을 피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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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향방은 분명해 보였다.
손동현 박영현 듀오가 지치는 시점과 LG 타선이 깨어나는 시점 간의 미묘한 방정식이었다.
LG 타선이 KT 불펜 듀오를 빠르게 공략하면 29년 만의 LG 세번째 우승, LG 타선이 KT 불펜 듀오에게 오래 눌리면 2년 만의 KT의 두번째 우승이 유력해지는 상황.
LG 염경엽 감독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1차전을 패한 뒤 "전체적인 경기 감각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내일 경기(2차전)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타율 1위를 했던 팀 타선이 곧 올라올 것임을 믿고 있었다.
선발 최원태가 아웃카운트 1개를 잡고 1회 4실점 하며 무너지자 불펜 총력전을 펼쳤다. 무려 7명의 불펜진이 올라왔다. 정우영이 3회부터 마운드를 밟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국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과감한 결단에는 감각을 회복할 타선이 손동현 박영현을 공략해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실제 LG 타선은 1-4로 뒤진 6회 오지환의 솔로포를 신호탄으로 7회 김현수의 적시타, 8회 박동원의 역전 결승 투런포로 5대4로 승리했다.
플레이오프 부터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던 손동현 박영현은 각각 ⅔이닝 1실점, 2실점으로 2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대포알 같던 직구 볼끝이 이전 같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살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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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박영현도 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유인구 승부를 하다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하며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박동원에게도 초구 123㎞ 체인지업을 넣다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투수의 공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직구 볼끝에 대한 확신이 떨어졌기에 생긴 비극이었다.
손동현은 치열했던 NC와의 플레이오프 때 5경기 모두 출전했다. 한국시리즈 1,2차전까지 7경기 연속 등판중이다.
박영현도 플레이오프 4경기에 이어 한국시리즈 1,2차전까지 6경기에 등판했다.
KT 마운드의 지킴이, 손동현 박영현 듀오가 살짝 지치며 내리막을 탄 하향곡선과, 시즌 후 23일을 쉬면서 무뎌졌던 LG 타선의 감각 회복이란 상향곡선이 만난 바로 그 지점. 한국시리즈 2차전 운명의 7,8회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